[문화산책] 악극의 부활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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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2 08:06  |  수정 2018-10-12 08:06  |  발행일 2018-10-12 제16면
[문화산책] 악극의 부활을 꿈꾸며

10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공연, 전시, 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대구·경북만 해도 공연과 지역축제가 차고 넘친다. 신나고 즐거운 10월이다. 그런데 막상 나서보면 취향에 맞는 공연 찾기가 쉽지 않다. 대구도 축제공연위원회들의 정보 공유를 통해 구청마다 중복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여기저기 동네마다 문화행사들이 많지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는 것처럼 가보면 ‘그들만의 잔치’인 행사도 많다.

며칠 전 지인과 함께 밀양연극제에 가서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몇 편 보았다. 그중 가장 즐거웠던 공연은 ‘이별의 부산 정거장’이라는 악극이었다. 예술성은 전혀 없었지만,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마음은 즐거웠다. 내 수준에는 딱 맞았다.

‘악극(Musikdrama)’은 바그너가 노래와 춤에 치우친 오페라에서 벗어나 음악을 연극의 극적 전개에 결합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시킨 장르다. 그의 악극 대표 작품으로는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니벨룽의 반지’ 등이 있다. ‘악극’이라는 말은 독일 미학자 T. 문투가 ‘비평의 숲’에서 처음 사용하였으나 바그너는 ‘악극’이라는 말을 싫어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말하는 ‘악극’은 서양과는 달리 노래, 춤, 재담, 촌극으로 구성된 종합 연희 양식이었다. 한국에서는 1950년대를 전후해서 많은 악극단이 인기를 얻었지만, 저속한 예술이라는 끊임없는 비판 속에 지금 대부분 소멸하면서 그 자리를 뮤지컬이 차지하였다.

‘악극’은 과연 저속한 예술일까? 고급 예술, 저급 예술, 저속한 예술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부르디와는 “예술의 미적 판단은 계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화이트칼라가 감상하는 예술 장르는 고급 예술이고, 블루칼라가 좋아하는 예술 장르는 저급 예술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구별도 시대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연극이 엘리자베스시대 때는 대중오락이었고 19세기 미국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통속극이었다.

한국에서는 악극이 왜 저속한 예술로 낙인이 되었을까?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정통 연극이나 오페라나 뮤지컬보다는 말초 신경을 건드리며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악극이 더 보고 싶어진다. 사람은 고급스러운 음식도 먹고 싶지만 때로는 시장에서 파는 떡볶이와 순대랑 돼지국밥이 먹고 싶을 때도 많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괜스레 한편의 악극이 보고 싶어진다. 가을 탓인가?

김종백 (교육연극연구소 메탁시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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