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 재산 한글운동에 기증한 대구 인물, 애산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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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9 00:00  |  수정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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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한글과 관련이 깊은 문화도시이다. 특히 한글날에 꼭 기억해야 할 인물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전 재산을 한글학회에 기증하고 작고한 고(故) 애산(愛山) 이인(李仁) 선생이다. 애산 선생은 대구 중구 사일동에서 출생하여 대구실업고보를 졸업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애산 선생은 학창시절 일본 아사히신문에 식민정책에 관한 논문을 투고하였다가 투옥되어 심문을 당하는가 하면, 조선중앙일보에 독립운동과 민중궐기에 관한 송년사를 기고하였다가 총독부로부터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변호사가 된 후로는 의열단 사건을 비롯하여 약 1천5백여 건의 독립운동가 변론을 맡아 일제로부터 늘 감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애산 선생은 한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학회인 조선어학회를 결성한 창단회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선생은 한글학자인 최현배, 김윤경, 장지영, 이희승, 김양수, 김도연 선생 등과 함께 조선어사전 편찬 및 한글보급 운동에 힘써 왔다. 그러다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어 4년간 복역하였으며 광복 직후에 대법관과 대법원장 직무대리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었다. 1948년에는 정부 수립과 더불어 초대 법무장관으로 발탁되었으며, 이후 제헌국회의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또한 과학과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애산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과학보급회, 조선발명학회, 조선물산장려회 등에서 활동하며 '조선과학', '조선발명', '신흥조선' 등의 기관지를 간행하기도 하였다. 부모님 회갑연을 기념하여 편찬했던 논문집 '조선문자어학사'는 오늘날 회갑·퇴임 기념 논문집의 시초가 되었다. 이와 같이 독립운동 및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되었으며, 1969년에는 무궁화 국민훈장이 수여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평생을 국가 발전에 힘써 온 선생은 작고하면서 전 재산을 한글학회에 기증하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이것이 밑거름이 되어 한글회관이 건립되었으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학술지인 '한글'이 지속적으로 간행되고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법률가이고 한글학자였던 애산 이인 선생이 대구 출신이라는 것은 한글날을 앞두고 대구시가 관심을 가져보아야 할 매우 뜻 깊은 일이다. 그러나 의외로 그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점이 많다.
 

뿐만 아니라 대구는 한글의 창시자인 세종대왕과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이 된 달성서씨 가문의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또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최초로 영인지한 지역, 대표적인 조선시대 한글편지인 현풍곽씨언간이 출토된 지역, '한글' 편찬자인 환산 이윤재 선생의 마지막 묘소가 있던 지역, 대표적인 저항시인인 이육사 선생과 이상화 선생이 활동했던 지역 등 직간접적으로 한글과 인연이 깊은 도시이다. 이번 한글날에는 이러한 점들이 새롭게 조명되어 대구가 한글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현

재 경북대학교 한국어문화원에서는 대구시와 함께 다양한 한글문화유산 발굴에 힘쓰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북구의회와 함께 북구 국어문화 진흥 조례를 제정하였으며, 대구시와도 국어문화 진흥 조례 제정을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오는 2019년은 임시정부 수립 및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들이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져 지역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갈덕주 (경북대 한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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