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는 간경변증 초기, 과음 일삼다간 사망 위험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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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9 07:55  |  수정 2018-10-09 08:31  |  발행일 2018-10-09 제14면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심각한 상태
장기간 손상되면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술·담배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 들여야
20181009

매년 10월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제정한 ‘간의 날(Liver Day)’이다. 우리나라는 간질환 중 간경변증의 유병률이 높으며, 간경변증은 성인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간 질환 중 하나이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간경변증은 무엇이며,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해야 할까.

◆간경변증이란

간경변증은 일반적으로 간경화라고도 불리는 질환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간세포에 손상이 생겨 말랑말랑했던 간이 점차 굳어지고 다양한 크기의 재생 결절들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는 간세포의 수가 적어지면서 단백질 합성, 해독작용 등의 기능 장애를 유발하며 간이 굳어져 간내 혈액순환이 힘들어짐에 따라 간 문맥압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여러 합병증(복수, 정맥류, 간성혼수, 혈소판감소증)이 생기게 된다.

원인은 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지속적인 과음과 간 독성 물질의 사용 등으로 간의 염증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에 간경변증이 발생한다. 그러나 간이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만큼, 간경변증의 초기에는 환자가 느끼거나 외부에서 확인되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혈액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 ‘제2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단백질 합성, 각종 대사작용, 해독작용과 면역기능 등의 여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간이 굳어져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건강상에 많은 장애가 발생한다. 간경변증의 초기에는 간의 보상능력이 좋아 정상 간기능을 유지하지만, 심해지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고 결국 간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으며 간암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간 손상을 알 수 있는 증상

간은 손상될 것을 대비해 충분한 예비기능을 비축하고 있고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간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간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간 전반에 걸쳐 이미 손상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간은 장기간에 걸쳐 손상되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몸속에서는 간질환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자신은 건강하다고 착각하며 과음 등을 일삼다가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된 후에야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간을 건강하게 하는 생활수칙

불필요한 약은 오히려 간에 해로울 수 있다. 양약뿐 아니라 각종 건강 보조식품과 생약제도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간에 좋다고 하는 민간요법과 생약제는 대부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간에 손상을 줄 수 있고, 특히 간염이 있는 사람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지나친 음주는 심각한 간질환의 원인이 된다. 간에 유익한 술은 없으므로 절제하는 음주 습관이 필요하다. 과다한 음주 후 해장술이나 불필요한 약제의 추가 복용은 간손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음식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영양분이 어느 한 가지로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대부분은 간에서 대사되므로 평소 절제된 식습관이 중요하다. 섬유소가 많은 음식과 채소·과일·곡물을 많이 먹고,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을 줄이며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달거나 지방성분이 많은 후식이나 간식은 피하고, 비만하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무리한 체중조절로 몸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미네랄 성분, 영양분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술을 끊으면 간기능이 회복될까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는 술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의 초기 상태인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정상으로 회복되므로 가능하면 빨리 끊는 것이 좋다. 금연과 마찬가지로 금주를 시작하기는 쉬우나 지속하기는 매우 어렵다. 술을 끊는 데에는 개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동료, 의료진의 사랑과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건전한 음주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비음주·비흡연자도 간이 나빠질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술을 전혀 안 마시거나 1주일에 소주 3병 이하로 마시는 남성이나, 같은 기간 2병 이하로 마시는 여성에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있는 질환을 말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한 가지 병이라기보다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지방간에서부터 만성 간염, 간경변증에 이르는 다양한 병을 포함한다. 즉 단순히 지방만 끼어 있고 간세포 손상은 없는 가벼운 지방간, 간세포 손상이 심하고 지속되는 지방간염, 심지어는 복수나 황달 등을 동반하는 간경변증(간경화)이 생기는 경우까지 병의 정도는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유병률은 인구집단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보고되는데 일반인의 10~24%, 비만인의 58~74%까지 보고되고 있다.

이근아 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진료과장은 “대부분의 지방간은 가벼운 병이지만, 심한 지방간 환자 4명 중에 한 명은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각한 간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면서 “따라서 지방간은 있어도 별문제 아니라고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이근아 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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