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젠더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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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8 07:48  |  수정 2018-10-08 07:48  |  발행일 2018-10-08 제22면
[문화산책] 젠더와 도시

우리의 도시에서 일상은 행복한가? 특히 도시에 사는 여성들은 행복한가? 우리의 일상은 공간적 활동으로 이루어지며, 일상적 공간은 누가 그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의해 의미가 달라지는 관계적 공간, 사회적 공간이다. 도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삶의 주체들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전통 주거공간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남성과 여성의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되고, 공간의 위계가 나누어져 있다. 여성의 공간인 안채는 주거공간의 뒤편에 위치하고 내향적이고 폐쇄적인 반면,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는 전면에 위치하고 외향적이며 개방적이다.

주거공간뿐 아니라 도시공간에서도 성적 불평등은 마찬가지다. 19세기 후반 영국 케임브리지 여학생들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이 거리의 여자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모자와 장갑을 착용해야만 했다.

도시 공공공간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젠더 시각으로 도시공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최근 21세기 들어 젠더 관점의 공간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에 여성친화도시 관련 조항이 추가되면서 양성평등 도시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도시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를 고려하여 도시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여성이 하루 동안 도시공간을 이동하는 경로를 살펴보면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은 일반적인 남성보다 보육, 학교, 직장, 상업시설 등 활동 반경이 훨씬 복잡하다. 육아 및 가사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가지기 때문이다.

양성평등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일·돌봄·여가를 병행할 수 있도록 공간구조를 개편하고, 안전이 보장되는 적정한 근린 규모로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열린 커뮤니티의 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하고 일상의 이동뿐 아니라 오픈 스페이스에서 자연 감시가 적용되어 심리적 환경의 안전 개념을 확보하고,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이동의 연속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해 여성과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 증진되도록 하고, 이들의 참여와 소통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박선경 (SK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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