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도움 안되는 ‘e나라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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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5 07:42  |  수정 2018-10-05 07:42  |  발행일 2018-10-05 제16면
[문화산책] 도움 안되는 ‘e나라도움’

‘e나라도움’은 표준화된 통합관리를 통해 보조금 중복·부정 수급을 방지하고, 정보를 공개해 국민 편의와 투명성을 높이고자 지난해 1월 도입돼 7월부터 모든 국고보조사업자 대상으로 사용을 의무화했다. 서둘러 만든 이 시스템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되었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31일 문화예술계 e나라도움 개선 공개 대토론회가 열렸다. 정책 담당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합의된 개선 방안은 관계부처와 협조해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약속 이후 ‘e나라도움’은 많은 개선이 되었을까?

며칠 전 필자는 그동안 미루고 있었던 학술지 발간으로 확정된 보조금 신청을 위해 e나라도움에 접속한 후 신청작업을 하다가 열받아 쓰러질 뻔했다. 결국 포기하고 대구문화재단에 전화해서 담당자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먼저 은행에 가서 개인공인인증서 등록과 단체 통장 및 통장 관련 공인인증서와 카드 신청을 한 후 문화재단을 방문해서 담당자와 같이 신청작업을 했다. 작업 중 수시로 서버 다운과 창 에러가 뜬다. 내용을 저장할 때 속도가 너무 느리고 내용 변경이나 삭제를 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많다. 사업자번호 숫자 하나 잘못 입력해서 수정하는데 담당자가 여러 부처에 전화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숫자 수정을 했다. 담당자 말로는 자부담을 통장에 입금한 후 선세금 계산서를 발행받고 난 후 자금을 집행해야 하고 이후 정산까지 골치 아픈 과정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컴퓨터 활용 능력과 회계능력이 없는 예술인들은 애당초 보조금 신청을 하지 말라는 얘기인 듯하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세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절차가 까다롭더라도 보조금 처리를 꼼꼼하게 검증해야 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보조금 신청 후 선정되는 순간 ‘보조금 사용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한다. 진정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전문심사위원들이 보조금 신청 업체들의 자금 사용 계획을 좀 더 신중하게 조사한 후 선정하면 될 것이다.

미셸 푸코의 저서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이 생각난다. 정부는 ‘e나라도움’이라는 ‘새로운 감옥’을 만들고 ‘감시 시스템’으로 예술인들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화예술인들은 기존에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이라는 전산시스템을 이용해왔다. 이 시스템조차도 다들 힘들어 했다. 정부는 문화예술 육성 정책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지원은 하되 운영은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다시 한 번 생각하기 바란다.

김종백 (교육연극연구소 메탁시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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