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뇌가 젊어진다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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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2 07:45  |  수정 2018-10-02 07:45  |  발행일 2018-10-02 제19면
■ 국내 치매환자 하루 120명 발생…“이제는 예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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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65세를 넘었다. 고령사회가 본격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 치매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20명 정도의 치매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치매환자 수만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치매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노인 특히 치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셈이다. 지난 9월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함께 제정한 ‘세계알츠하이머의 날’이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치매극복의 날’이기도 하다.

◆다양한 치매 예방프로그램 눈길

노인들의 기억력이나 어휘력 같은 인지능력 저하는 치매의 위험 요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치매는 꾸준한 뇌훈련을 통해 그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쌓기놀이 장난감쯤으로 여겨지던 블록을 이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노인요양기관들이 운영하는 건 이미 일반화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치매를 예방하는 데 간단한 손가락 운동과 지압이 큰 도움이 된다고 권장하고 있다.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손가락 운동 전과 후의 뇌 혈류 속도를 비교했을 때 약 18% 정도 증가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치매 예방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 “예방에 손가락 운동·지압 도움”
스웨덴·핀란드의 ‘핑거’ 프로그램 주목

대구보건대 창업센터의 ‘브레인솔루션즈’
뇌훈련 앱 ‘브레인 시니어 캠퍼스’ 개발
760가지 어르신 맞춤형 교육 콘텐츠 제공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는 대표적으로 스웨덴과 핀란드가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핑거(FINGER)’가 있다. 두 나라 정부가 약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해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카롤린스카 의대는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곳이다.

핑거 프로그램의 목표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치매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핑거 프로그램은 총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먼저 컴퓨터를 활용한 인지 훈련과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근육 운동, 저지방 식단 위주의 식이요법,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와 마지막으로 사회적 교류 활동이다.

프랑스·중국·일본·미국 등 7개국이 이 프로그램에 주목해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4년의 임상시험과 3년의 추적관찰을 거친 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으면서 관련 국가들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우리나라도 요양시설 확대나 치료제 개발에만 치우치지 말고 체계적인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치매 예방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의 치매 관련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2천300억원에서 4년 후인 2020년 4천33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는 운동과 인지기능을 함께 높이는 ‘코그니사이즈’ 운동을 개발했다. 근력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쓰는 프로그램이다.

민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피트니스클럽인 코나미스포츠클럽·르네상스스포츠클럽 등은 두뇌 활성화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몬학습은 치매 환자의 뇌 기능 유지·개선, 치매 예방을 위한 비약물요법 과정을 내놨다. 기억력·행동감정 억제 등의 기능을 학습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치매카페도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다. 치매 환자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운영 중인 치매카페는 전국 650여 곳에 달한다. 치매환자 치료를 돕는 공간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것이다.

◆IT 융합 치매예방 앱 만든 브레인솔루션즈

정부가 치매환자와 그 가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치매국가책임제’를 주요 정책으로 내건 가운데 치매예방을 위한 신개념의 뇌훈련 교육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고 있다. 메디시티를 표방하는 대구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여러 업체들이 치매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 중 대구에 본사를 둔 IT 기업이 IT 기기와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융합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보건대 창업보육센터 입주업체인 <주>브레인솔루션즈(대표 이동훤)가 주인공이다.

브레인솔루션즈는 지난 4년여간 약 10억원을 투자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영재교육 뇌훈련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기술담당 임원 노하우를 제품에 녹여냈다.

이동훤 대표는 “정부에서 치매국가책임제 일환으로 전국 252개 치매안심센터를 단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많은 보건소 관계자가 효과적인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찾는 상황”이라고 시스템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브레인솔루션즈는 치매예방 뇌 훈련 교육 프로그램인 ‘브레인 시니어 캠퍼스’를 개발했다. 브레인 시니어 캠퍼스는 노인센터, 경로당, 요양원, 복지센터 등 교육 프로그램 강사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경로당과 요양원 등에서 어르신 대상 맞춤형 교육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교재 형식의 패드 기기를 비디오펜으로 터치하면 패드에 내장된 센서(감지기)가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한다. 스마트폰에 다운 받은 앱과 연결하면 구동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빔프로젝트 등을 통해 교육할 수 있다. 교재에는 명상, 체조, 뇌운동, 정보처리, 교구활동, 노래교실, 웃음운동, 영어공부, 미술, 시·지각 훈련, 인지 교육, 간이 정신상태 검사, 힐링 검사, 감성 미술 등 70여 쪽에 걸쳐 760여 종의 교육 프로그램이 담겼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기존의 치매예방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명상이나 체조, 뇌운동, 노래교실, 웃음운동, 미술 등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개별 강사를 일일이 섭외해야 했다. 또 강사의 숙련도에 따라 프로그램 수준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전문 분야 강사가 부족해 프로그램 자체를 진행하지 못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반면 브레인 시니어 캠퍼스는 패드에 담긴 콘텐츠를 활용해 강사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꾸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업체는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측면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대구보건대 전문 교수진과 프로그램 공동 개발 및 효과 검증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1년에 네 번씩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또 교육이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 요소를 더해 접근성을 높였다. 브레인솔루션즈는 K-ICT멘토링센터를 통해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브레인솔루션즈는 브레인 시니어 캠퍼스가 고령층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브레인 시니어 캠퍼스의 운영 시스템이 관련 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한 50~60대 강사가 70~90대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청년층은 물론이고 퇴직자나 고령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제품을 공식 출시한 지 두 달여 만에 전국 요양원 150여 곳에 보급됐다. 장기요양기관협회, 대한노인회 신문화사업단, 요양보호사중앙회 등 관련 단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요양원 평가 검증을 위한 매뉴얼 교육도 동영상 콘텐츠로 담고 있어 프로그램 이용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브레인솔루션즈의 두뇌훈련 프로그램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주관한 SW제품 상용화 지원 사업에도 선정돼 양질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대표는 “콘텐츠 개발과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강사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사업에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고령사회를 대비해 치매 예방률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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