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시발점된 학교, 성폭력 예방교육 평가선 ‘우수’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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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1 07:32  |  수정 2018-09-21 07:32  |  발행일 2018-09-21 제8면
배점의 70%를 참석률이 차지
일선 학교가 사실상 점수 부여
교직원 교육 학교가 경비 충당
교무회의로 대체되는 경우 많아

대구지역 ‘스쿨미투’ 시발점이 된 수성구 A여중과 B여고가 정부의 성폭력예방 교육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일선 교육현장의 폭력 예방교육이 ‘빛 좋은 개살구’란 지적이다.

20일 여성가족부 예방교육 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A여중 교직원의 성희롱·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 참석률은 각각 94%, 90%, 92%를 기록했다. 수성구 B여고는 세 항목 모두 100%의 참여율을 보였다. 이는 전국 학교 평균(88%, 87%, 88%)보다 항목별 3~13% 이상 높은 수치다. 높은 참석률에 힘입어 두 학교는 교육평가 우수등급(90점 이상)을 받았다.

여가부 지침상 직원·학생은 성희롱·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을 각각 연간 1회씩(1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 실시 후 결과를 여가부 폭력예방교육 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여가부는 참석률·교육방법 등에 따라 평가한다. 하지만 배점의 70%를 참석률이 차지해 사실상 일선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현재 예방교육은 전문강사 초빙보다는 유인물 배포나 시청각 자료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생 대상 예방교육의 경우 교육청이 일부 경비를 지원하지만, 교직원 대상 예방교육은 학교운영경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 교육보다는 교무회의로 대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교육현장의 목소리다.

또 교육청 내 성평등 교육 관련 주무부서가 제각각인 데다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도 전무한 상태다. 실제 교내 체육부에서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평생체육보건과에서, ‘스쿨미투’와 같은 교직원·학생 간 문제 발생 땐 중등교육과에서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직원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 평가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봉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대변인은 “교내 성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뤄지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교직원 대상 예방교육도 횟수나 높은 참석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전문성 있는 강사를 통한 실질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관습적 지도방식에서 탈피해 교사도 학생인권 성장 수준에 맞는 인식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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