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족이 불 붙인 스마트폰 카메라 전쟁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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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0 07:52  |  수정 2018-09-20 07:54  |  발행일 2018-09-20 제21면
카메라 기능 강화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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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갤럭시 S9·LG G7 ThinQ·아이폰 XS. <각사 제공>

1990년대에 카메라 셔터는 함부로 누를 수 없었다. 카메라가 비싸기도 하고, 필름 한 통으로 찍을 수 있는 장수도 고작 24장 또는 36장으로 제한돼 있었다. 찍고 난 뒤에는 현상과 인화하는데 돈이 들었다. 카메라를 잘 다루지 못하면 낭패도 봤다. 필름을 현상·인화하는데 시간도 꽤 걸렸다. 이런 불편 때문에 필름카메라는 한물가고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DSLR)가 인기를 모았다. 그런데 DSLR도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에는 밀려났다. 캐논과 니콘은 한때 카메라 시장을 양분할 정도로 강자였지만 스마트폰이 카메라 시장을 잠식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강세인 이유는 갈수록 화질이 좋아진 데다 손쉽게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작업체들은 인터넷 속도 경쟁의 막을 내리고 ‘카메라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SNS 이용 쉬워 스마트폰 카메라 강세
갤S9엔 초당 960프레임 슬로모션 기술
갤S10 전면 2대·후면 3대 카메라 장착

LG 인공지능 기술 카메라 기능에 집약
화각·색감·역광 등 고려 촬영모드 추천

애플 심도제어기능 개선 카메라 고급화
화웨이‘P20프로’ 카메라4대 최초 탑재


◆카메라 기능 강화에 초점 맞춘 스마트폰

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의 가장 굵직한 트렌드는 ‘카메라의 혁신’이었다. 세계 최대 모바일 관련 업체의 회의이자 전시회인 MWC는 미래를 선도할 기술과 기기를 선보이고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가 내건 모토는 ‘The Camera, Reimagined(카메라, 다시 상상하다)’다. 여기에서 공개한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9’은 초당 960프레임까지 담는 슬로모션 기술에 스마트폰 최초로 조리개를 장착한 듀얼카메라를 탑재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를 뛰어넘어 DSLR 수준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3D 아바타와 AR(증강현실) 이미지 기능도 추가해 사용자가 자기 자신의 사진으로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게 해 관심을 끌었다. 이후 출시된 갤럭시노트S9도 이런 기능이 구현된다.

삼성은 내년 3월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S10’에 무려 5대의 카메라를 장착한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10엔 후면에 카메라 3대(트리플 카메라), 전면에 카메라 2대(듀얼 카메라)가 장착된다.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9’에 탑재된 카메라는 총 2대였다.

삼성전자는 2010년 첫 스마트폰인 ‘갤럭시S’를 선보인 이후 전 제품의 전·후면에 각각 카메라 1대씩만 탑재해 왔다. 지난해 9월 출시한 ‘갤럭시노트8’에서 처음 카메라 수를 늘렸다. 후면에 듀얼 카메라가 장착되면서 총 3대의 카메라를 달았다. 이어 올 초 출시한 ‘갤럭시A8’ ‘갤럭시S9플러스’ 등에도 3대가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을 때 카메라 수를 늘리는 데는 신경쓰지 않았다. 조리개·센서 등으로 카메라 성능을 향상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인 갤럭시S 시리즈의 카메라 수를 2대에서 5대로 늘린 이유는 중국 화웨이(HUAWEI)를 의식한 탓이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포함해 총 4대의 카메라를 장착한 ‘P20프로’를 출시했다. 갤럭시S9은 출시 당시 카메라 성능을 내세웠던 제품인데, 카메라 부문에서 P20프로에 밀린 것이다.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기술…승부는 카메라로

카메라에 방점을 찍은 건 삼성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LG전자도 카메라에 공을 많이 들였다. LG는 지난 5월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7 씽큐’에서 카메라에 초점을 맞췄다. 전작에 대비해 화소와 조리개 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으며, 광각의 왜곡까지 줄였다. 전·후면 카메라로 아웃포커싱 기능까지 갖췄다.

그동안 발전시켜온 LG의 AI 기술 씽큐를 카메라 기능에 집약시키기도 했다. 사진을 찍을 때 AI가 화각·색감·반사광·역광 등을 고려해 최적의 촬영 모드를 추천해 주는 ‘브라이트 카메라’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AI를 이용해 촬영 환경이 얼마나 어두운지를 분석해 기존보다 최대 2배까지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소니도 최근 내놓은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Z2와 XZ 콤팩트에 최고급 화질의 카메라를 장착했다. 엑스페리아 XZ 프로는 5.7인치 HDR 풀 HD+ 디스플레이에 초당 960 프레임의 슈퍼 슬로 모션 레코딩이 가능한 카메라를 활용했다.

화웨이가 지난해 말 출시한 ‘메이트 10 프로’는 라이카 인증 듀얼 렌즈 카메라를 탑재했다. 각각 2천만 화소 흑백 센서와 1천600만 화소 RGB 센서 렌즈로 모두 F/1.6 밝은 조리개에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까지 지원한다. 화웨이는 최근 망원 렌즈까지 총 세 개의 렌즈를 갖춘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애플도 카메라 고급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새 아이폰 시리즈에는 후면에 1천200만 화소의 듀얼카메라와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OIS)이 장착됐고, 스마트 HDR 기능으로 사진을 찍으면 여러 종류의 사진을 결합해 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심도 제어’ 기능으로 촬영한 뒤에도 피사계 심도를 다시 조절해 배경을 흐릿하게 하는 개선된 카메라 기능이 강조됐다.

이처럼 스마트폰 제작업체들이 카메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소셜미디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셀카족’이 바꿔놓은 스마트폰 사용 트렌드를 시장 선도기업들이 적극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카메라 외에는 하드웨어로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기도 하다. 일반 카메라와 달리 스마트폰 탑재 카메라는 1대에 담을 수 있는 기능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카메라마다 각각 기능을 강조해 성능을 향상하는 것이다. 카메라 여러 대로 한 장의 사진을 찍으면 이점이 많다. 눈에 보이는 장면보다 넓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광각, 초점 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줌(Zoom), 고화질 이미지 합성 등 기능이 좋아진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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