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협치밖에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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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9   |  발행일 2018-09-19 제31면   |  수정 2018-09-19
20180919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앉았다. 남북정상회담 같은 상황적 이슈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50%대로 반등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 번 4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을 70~80%대로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기대와 희망이 섞인 70~80%대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앉은 데에는 기대를 ‘배신당한’ 데에 따른 실망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큼 잘해서는 등돌린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지지율 추락의 주요인으로 분석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폐기하기는커녕 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청와대의 완고한 입장이 고수되고 있는 한, 지지율 반등은 어렵다. 그보다는 지지율 추가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청와대의 처지다.

역대 어느 정부인들 지지율에 목매지 않았겠는가만 문 정부에게 지지율은 출범 때부터 각별한 의미를 가졌다.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강행해온 ‘적폐청산’의 동력을 전적으로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서 찾아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촛불혁명’과 ‘촛불민심’을 앞세워 전 정권, 전전 정권과 보수우파세력에 대한 정치적 단죄와 사법처리를 밀어붙여 왔는데, 그 힘은 전적으로 70~80%에 달하는 압도적 지지율로부터 나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지지율 40%대라는 정치현실은 문 정부에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방식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의미의 협치방식으로 국정운영을 해 나갈 것인지 하는 것이다. 사실 정답은 이미 나와있다. 과반에 한참 모자라는 집권당의 의석과 180석 이상의 동의가 없으면 안건처리 자체가 쉽지 않은 ‘국회 선진화법’의 존재 등을 감안하면 문 정부의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럼에도 문 정부가 그동안 협치보다는 적폐청산을 앞세운 일방적 국정운영을 강행해온 것은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유일한 희망인 대통령 지지율마저 40%대로 추락했으므로 문 정부는 협치적 국정운영으로 방향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차피 해야 할 방향전환이라면 자발적, 주동적, 선제적으로 하는 게 낫다. 방향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꾸물거리면 결국 수동적으로, 억지로 방향전환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안고 있는 정부·여당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될 전략적, 정치적 오류다. 협치는 야당과 협력해서 국가경영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야당들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야당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청산대상으로 간주하는 한 협치는 불가능하다. ‘한 손에는 청산, 한 손에는 협치’라는 달콤한 그림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1년 반 가까이 국정 전 영역에서 적폐청산을 추진해오다가 갑자기 보수야당을 청산대상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협치의 상대로 재규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20년 연속집권을 공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그렇고,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와 박근혜 정권을 탄핵하고 문 정부를 세운 지지세력을 설득하는 것은 난감할 것이다. 그러나 협치 이외의 길이 없다면 문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이 직접 정직하게 나서야 한다. 협치에는 질러갈 지름길도 없고 돌아갈 샛길도 없다. 문 정부의 고민 지점이 이러하다면 한국당과 보수우파의 고민도 이 지점에 맞춰져야 한다. 문 정부가 지금처럼 ‘협치는 없다’는 식으로 국정운영을 한다면 차라리 편할지 모르겠다. 야당으로서 가열차게 투쟁하면 되니까. 그러나 문 정부와 민주당이 협치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그땐 어떡할 것인가.

대안수권야당만이 강한 야당이다. 차기 정권의 가능성을 열어갈 때 강한 야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점에서 협치는 한국당과 보수우파세력에도 어려운 숙제이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디까지 비판하고 어디서부터 협력할 것인가. 바로 여기에서 보수 야당의 노선과 입지가 구별되고 정립되어 갈 것이다. 이를 위한 자기 정비가 시급한 때다.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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