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존재 이유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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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9   |  발행일 2018-09-19 제31면   |  수정 2018-09-19

신체 부위 명칭에 대해 어떤 책에서 재미있는 해석을 달아 놓았다. ‘멱살’은 ‘남에게 잡히기 위해 있는 사람 목 부위’이고, ‘팔짱’은 ‘남에게 뺏기기 위해 있는 팔꿈치 부근 부위’라고 했다. 그 신체 부위의 쓸모, 즉 존재 이유인 셈이다. 모양새가 단박에 연상되는 풀이여서 따로 메모를 해놓았다가 써 먹는다. 알다시피 멱살 잡히는 난감한 일이나 팔짱을 뺏기는 상황은 항다반사가 아닌 드문 상황이다. 살다보면 그런 당혹스러운 상황이 어느날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 몸에 멱살이 있기에 타인의 울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 팔짱 또한 상대방에게 좋은 감정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기에 썩 존재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명칭이나 단어에 대해 창의적으로 해석을 확대하면 재미있는 풀이가 가능하다.

그중에서 ‘딴청’ ‘갑질’ ‘호들갑’ 같은 부정적인 행위는 안하는 게 좋다. ‘딴청’은 부리기 위해, ‘갑질’은 하라고 있는 것이고, ‘호들갑’은 떨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딴청 부리지 말고, 갑질은 절대 하지 말며, 호들갑도 떨지 말라고 경고한다. 주변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레종 데트르’ 프랑스어로 존재 이유다. 언어도 이러할진대 세상 만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떠한가. 존재 이유가 없는 생물·무생물은 없다. 더구나 생물은 존재 이유뿐 아니라 존재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인간의 탈을 썼다고 해서 다 인간이 아니듯이 존재한다고 다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인간으로서 품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이다. 인생을 왜 사느냐고 물으면 무어라 대답하겠는가. 철학자 헤겔은 말했다. ‘인생은 가치있는 무엇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을 때 가치가 있다’라고.

선각자들은 흔히 인간은 지혜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얄팍한 지식보다는 속깊은 지혜가 중요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씨춘추’에는 지혜가 많으면 모함을 당하고, 어리석으면 속임을 당한다고 적혀 있다. 기업이든 인간이든 일류를 지향하면서 그 방편의 하나로 부를 추구한다. 하지만 돈만 추구하면 일류가 아닌 이류에 불과하다. 해당 상품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정립하고 팔아야 일류가 될 수 있다. 조상을 만나는 추석을 앞두고 존재 이유를 되새겨 본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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