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경기

  • 서홍명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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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9   |  발행일 2018-09-19 제14면   |  수정 2018-09-19
[시민기자 세상보기] 경기

최근 아침에 이발소를 찾았다. 주인장은 나를 첫 손님이라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른 손님이 없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발 경력 50년차라고 했다. 큰 벌이는 아니더라도 별 어려움 없이 그럭저럭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지나온 세월 이렇게 어려운 때는 없었다”고 했다. “이발도 경기가 있나?”라고 물으니 “이제껏 못 느낀 걸 올해 느낀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근 손님이 반으로 줄어 생활이 벅차다고 했다.

상가가 즐비한 요지에서 영업을 하는 후배 말이 생각났다. “상권이 대구 최고인 지역에서 권리금 없는 점포가 수두룩하다”고 했다. 그는 “점포마다 직원을 줄이고 가족끼리 운영하거나 전업을 하는 등 자구책으로 몸부림치고 있는 게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라고 했다. 게다가 “인근 요식업, 24시간 편의점 등 긴 시간 근무를 요하는 업종은 인건비가 상승해 장사가 더욱 힘들다”고 했다.

이어 그는 몇 달 관찰한 결과 “직원을 줄이니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소홀해져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구조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인중개업 근황은 어떤가”라고 물어보니 “이곳 또한 파리를 날리고 있다. 이렇게 힘든 때는 처음”이라고 했다. 비록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지역은 미분양이 속출한다니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태다.

지난 7월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 최저임금 시급을 8천35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7천530원보다 10.9% 오른 금액이다. 월단위로 환산(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하면 174만5천150원으로 전년 대비 17만1천380원 인상되는 셈이다.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290만~501만명으로 추산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은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인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의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근무인원을 줄이고 지출을 절감하는 등 경기에 나름 대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비계층은 회식도 줄이고 개인 씀씀이를 축소하는 등 민감한 경기에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씨앗을 심었으니 가꾸고 열매를 거둘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은 시간이 흐르고 정책과정의 세심한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70세 넘어 백발이 성성한 이발소 주인장이 하루빨리 예전처럼 생활에 지장이 없는 안정성을 확보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서홍명 시민기자 abck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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