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대구 소멸 주의’ 그리고 권 시장의 약속

  • 김기오
  • |
  • 입력 2018-09-18   |  발행일 2018-09-18 제30면   |  수정 2018-09-18
씨앗을 뿌려 싹이 텄다고
큰 수확을 기대할 수 없어
지역 청년이 원하는 연봉
여력 있는 기업 매치돼야
객지 가는 청년 줄어들 것
20180918
김기오 편집국 부국장

권영진 시장의 대구시는 고용노동부 주관 ‘201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2016·2017년엔 최우수상, 2015년엔 우수상을 받았다. 시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지역에선 섬유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첨단 미래형 산업으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시의 생존이 걸려 있는 일자리 확대와 인구유출 문제 해소로 곧장 이어지고 있느냐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글로벌 대기업 3개 유치, 중기업 300개·중견기업 50개 육성, 일자리 50만개 창출은 민선 6기 권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다. 이른바 ‘3355 공약’이다. “4년 동안 시정을 이끄는 목표다. 공약 변경은 있을 수 없다.” 젊은 권 시장의 새 출발은 패기에 찼다. 1년 후 시정 질문에 나온 권 시장은 시의회가 ‘초라한 일자리 창출 실적’을 지적하자 “죄송하다" “노력 중"이라며 “일자리 50만개는 전략적 이유로 내건 것"이라고 물러섰다. 목표는 높게 잡고 열심히 뛰겠다는 의미였을 테지만 ‘선거용’이라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2017년 6월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일자리’ 질문이 이어졌다. 대기업 2개 유치 실적을 내세웠으나 중기업 300개·중견기업 50개 육성과 일자리 50만개는 안갯속이었다. 권 시장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 2~3년은 부족했다”고 했다. “취임 이후 145개 기업을 유치했다. 가동 시점인 2019년 이후면 청년일자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만 내놓아야 했다. 올해 민선 7기 선거전에서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사기공약’이라는 험악한 말을 들을 정도로 성과는 탄탄하지 못했다.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7080’을 앞세웠다. 임기 내 대구의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고 정규직은 8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고용률 70%야 민선 6기 때도 한 말이었고, 정규직 80만명은 일자리 50만개 공약을 제대로 지켰다면 지금쯤 눈앞에 보여야 할 것이다. ‘7080’은 사실상 이루지 못한 ‘3355공약’의 다른 버전인 셈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한 지역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인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은 소멸위험, 1.0 미만이면 소멸주의 단계)에 따르면 대구는 지수 0.87로 ‘소멸주의’단계에 들어갔다. 지금의 인구 유출과 저출산이 지속되면 머지않은 미래에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올해 1분기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 조사 중 행정구역별 취업자 수를 분석한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20대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대구로, 2만1천명이었다. 통계청 8월 고용동향자료의 대구 고용률은 58.6%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겨우 0.2%포인트 증가했다.

청년은 계속 떠나고 있고 고용률 상승은 지지부진하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대구의 사정은 더 녹록지 않으니 4년 후에도 고용률 70%, 정규직 80만명 목표 달성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권 시장은 지난 7월 ‘250만 시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시급한 3대 현안으로 ‘대구경북통합공항 조속한 건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취수원의 확보’ ‘새로운 대구시청을 짓는 일’(4년여 전 권 시장은 ‘대구경제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시청 짓는 것과 같은 것은 전시성 사업’이라고 했다. 그사이 대구경제가 좋아졌다고 생각한 것일까?)을 꼽았다. ‘7080공약’을 별도로 발표했다고는 하지만 일자리 부분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언급한 것은 아쉬웠다.

씨앗을 뿌렸다고, 뿌린 씨앗이 싹을 틔웠다고 큰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살피고 또 살펴야 제대로 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지역 청년들이 원하는 연봉 수준과 충분한 고용여력이 있는 기업이 매치될 때만이 떠나는 젊은이가 줄어들고 객지로 간 청년들은 돌아올 것이다. 기업 유치 숫자에만 매달린다면 “대구를 1등 취업도시, 사람들이 다시 모여드는 도시로 부활시키겠다” 는 권 시장의 공약은 끝내 꿈으로 그칠 것이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와 고용률 향상에 치밀한 계획과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권 시장의 ‘올인’을 기대한다. 김기오 편집국 부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