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소망적 사고로 본 대구 경제계

  • 김진욱
  • |
  • 입력 2018-09-17   |  발행일 2018-09-17 제31면   |  수정 2018-09-17
[월요칼럼] 소망적 사고로 본 대구 경제계

지난달 통계청장이 전격 교체됐을 때 야권에서는 청와대가 좋아하는 새로운 통계가 생산될 것이란 비아냥이 있었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현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지표는 부각될 것 같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 재임 때의 일이 생각나서다.

대구 경제가 어렵다는 걸 말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표가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다. 대구의 1인당 GRDP는 25년째 각 시·도 중 꼴찌다. 이는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비쳐지게 했다. 대구시 입장에서는 뭔가 다른 통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강조한 것이 대구의 가처분소득이 높다는 것이었다. 구미나 경산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대구시민들이 많기에 1인당 GRDP가 대구경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각한 것이다.

대구의 가처분소득이 높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 것은 대구 경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바람이 전제된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현상을 보고 해석하는 것, 즉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소망적 사고는 자신의 철학이나 경험에 근거해 현상을 해석한다. 소망적 사고는 객관적으로 현상을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잘될 것이란 기대가 실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장점도 있다. 경우에 따라 후자에 더 의미를 두기도 한다. 요즘 내가 대구 염색업계를 바라보는 게 그렇다.

경제부 기자로 염색업계를 취재하던 2000년 전후 염색산업은 대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요즘의 염색업계를 바라본다. 올해 이사장이 바뀐 다이텍연구원과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을 보면서 나의 소망적 사고가 작동했다.

지난달 대구염색산업단지 내의 다이텍연구원 이사장으로 민웅기 <주>대경텍 대표가 선임됐을 때 필자의 머릿속엔 두 사람이 떠올랐다. 고인이 된 민병오 전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장과 함정웅 전 다이텍연구원 이사장이다.

민웅기 이사장은 민병오 회장의 장남이다. 민 회장 부자 모두를 알기에 민 회장을 떠올린 건 당연하다. 민 이사장은 염색업체 대표이기도 하지만, 조양모방이라는 모방업체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염색업체 대표가 맡아온 다이텍연구원 이사장을 모방업체 대표가 맡은 게 다소 의외였다.

그래서 떠오른 사람이 함정웅 전 이사장이다. 함 전 이사장은 다이텍연구원 설립을 주도해 지금의 다이텍연구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이다. 함 전 이사장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다이텍연구원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함 전 이사장과 생전의 민 회장은 각별히 가까웠다. 민 회장이 7살 더 많았지만, 두 사람은 친구처럼 지냈다. 나는 지역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두 분이 손잡고 많은 노력을 한 것을 가까이에서 봤다. 그래서 민 이사장은 아버지 친구가 터를 닦은 다이텍연구원을 더 발전시키려 할 것이고, 함 전 이사장은 친구 아들을 통해 다이텍연구원이 더 발전되길 응원할 것이라고 소망적으로 생각한다.

올해 3월 말 김이진 이사장이 취임한 대구염색공단도 난 소망적 사고로 본다. 김 이사장은 치열한 경선을 거쳐 당선됐다.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쉽게 예측됐다. 염색공단은 연간 예산이 1천200여 억원에 이르고 예산 중 적지 않은 금액이 폐수처리약품비 등 구매 비용으로 사용된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내가 취재했던 때도 그랬다. 예상대로 지금 공단 운영을 둘러싸고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공단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의 결과물이다.

대구염색산업단지는 도심에 위치해 있다. 민원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빚을 안고 있는 산업단지다. 그 빚을 갚으려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산업단지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이사장을 흔드는 시도는 중단하고, 공단이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임 이사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게 염색업계가 발전하고 나아가 대구경제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나는 본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