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마이데이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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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4   |  발행일 2018-09-14 제22면   |  수정 2018-09-14
의료·금융·통신 등 개인정보
통합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정부가 운영할 것이 아니라
미국식 추진 모델 참고해서
산학협력방식 등 고려 필요
[경제와 세상]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마이데이터 정책(?)
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이데이터(my data)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목받는 사업이 미국식 ‘블루버튼’의 도입이다. 미국 보훈청은 2012년부터 미국인이 ‘블루버튼’ 홈페이지와 휴대폰 앱을 통해 자신의 진료기록을 쉽게 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이 사업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문재인정부는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을 의료, 금융, 통신 등 다방면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형식적 동의라는 요식절차만 거친 채 개인정보를 기업에 쉽게 제공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은 시민이 1회 동의로 자신과 관련된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문 대통령이 4차산업혁명이라는 명분으로 개헌안에 포함시키겠다는 정보기본권의 취지와 어긋난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하버드대학의 개리 킹(Gary King) 교수는 산학협력을 위한 새로운 데이터 모델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학계의 사명이 사회적 도전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것이라면, 민간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는 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가 사회발전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이슈, 정보 보호, 콘텐츠 독점, 비즈니스 비밀 등의 이유로 공익적 목적에 충분히 이용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래서 먼저 학계에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민감한 데이터 셋에 접근할 수 있는 모델과 관행을 만들어서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모델은 존경받는 학자들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위원회는 신뢰가능한 제3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위원회에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및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한다. 그다음, 비영리재단의 자금지원을 받아 안전점검 표준규약에 따라 특정 영역에서 연구를 수행할 지원자를 모집한다. 위원회는 분야와 지역의 전문가 소위원회를 통해 연구자를 선정한다. 그리고 이 연구자는 수행과정에서 데이터를 제공한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제한이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예컨대 해당 데이터를 이용한 논문이 출판될 때 기업의 사전 승인이 없다.

가장 먼저 페이스북이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개리 킹 교수가 주도한 소셜사이언스원(Social Science One) 위원회와 공유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이트 재단(Knight Foundation)을 비롯한 비영리기관들이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소셜사이언스원은 ‘소셜미디어와 민주주의 연구기금’이라고 명칭한 제안서 공모를 전 세계에 배포했다. 나아가 소셜사이언스원은 국가와 분야에 상관없이 어떤 기업과도 협력하여 데이터 산학협력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실험의 성공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제3자 위원회의 권위와 신뢰성에 따라 데이터 산학협력은 실험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보유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위원회와 비영리재단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한다는 것은 미국의 문화적 전통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학계가 나섰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우리 정부가 선보인 마이데이터 모델엔 블루버튼을 상황에 맞게 건설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데이터를 평가하고 분석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보면, 우리는 유사한 경제규모의 다른 국가에 비교해서 낮은 수준이다. 마이데이터 모델이 개인정보 침해 등 극도로 민감한 문제와 관련되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이번 계획에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 강화가 강조되어야 했다. 혹은 소셜사이언스원과 유사하게 정부로부터 독립된 위원회를 매개로 마이데이터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추후에라도 검토해야 한다. 자칫 마이데이터 모델이 ‘내 거 인 듯 내 거 아닌 데이터’인 양 사회적으로 인식될까 우려스럽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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