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진 원장의 건강백세] 십전대보탕의 불사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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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4 07:50  |  수정 2018-09-04 07:50  |  발행일 2018-09-04 제21면
[최강진 원장의 건강백세] 십전대보탕의 불사지사

올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힘들었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돼 신체리듬이 깨지면서 체력도 바닥났다. 찬 음식을 즐기며 에어컨을 가까이 한 탓에 냉방병·감기·비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고 기력이 떨어질 때 필요한 처방이 바로 보약이다.

보약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다. 이름 그대로 ‘모든 증상을(十) 완벽하게(全) 최대치로(大) 보해준다(補)’는 뜻으로 인체의 기혈(氣血)·음양(陰陽)·표리(表裏)·내외(內外) 할 것 없이 효험이 좋은 처방이다.

방제를 분석해 보면 숙지황·당귀·천궁·백작약으로 이뤄진 사물탕(四物湯)과 인삼·백출·복령·감초로 이뤄진 사군자탕(四君子湯)의 합방(合方)에 황기·육계가 더해진 것이다.

사물탕은 음액과 혈액을 보해줘 혈병(血病)과 부인병의 대표처방이다. 사군자탕은 원기를 더하고 비장과 위장, 소화기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보기(補氣)의 대표 처방이다. 여기에 육계는 원양(元陽)을 북돋워 냉기를 없애고 몸을 덮어주며 황기는 에너지대사를 촉진하고 피부를 주밀(周密)하게 해 준다. 즉 사물탕과 사군자탕으로 보익기혈(補益氣血)해 기혈의 균형을 맞추면서 황기와 육계로 보기조양(補氣助陽) 효과를 배가시킨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십전대보탕이 ‘허약하고 피로해서 기와 혈이 모두 약해진 것을 치료하고 음과 양을 조화롭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십전대보탕은 단순한 허약체질은 물론 만성피로, 전신권태, 무기력증, 어지럼증, 식욕부진, 식은 땀, 빈혈, 수족냉증, 생리불순, 산후조리, 수술이나 병후 회복 시 등에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다. 약물은 작용과 반작용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십전대보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의사의 엄격한 진단을 통해 약재의 가감이 요구된다. 특히 설사나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 평소 열이 많거나 음액이 부족해 허열(虛熱)이 있는 경우, 고혈압이 있는 경우 등은 주의해야 한다.

예전부터 의가들은 의술이나 처방에 있어 화살을 쏨으로써 쏜 ‘사지사(射之射)’보다 화살을 쏘지 않고도 쏜 ‘불사지사(不射之射)’를 훨씬 높은 경지로 평가했다. 즉 처방의 남발을 경계하며 처방을 최후의 치료수단으로 아껴왔다. 의가들이 임상에서 ‘불사지사’와 ‘사지사’의 중간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즘 ‘사지사’의 고수를 자처하면서 상술로 세상을 현혹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람들은 시중의 짝퉁 십전대보탕을 무분별하게 남용해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아쉽다.

<수성의료재단 영남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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