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속도, 이미 조절하고 있다는 文 대통령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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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8   |  발행일 2018-08-18 제23면   |  수정 2018-09-21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속도조절을 언급해 주목된다. 지난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가진 청와대 오찬 회동을 통해서다. 이날 회동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속도와 방향 조절을 해야 한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미 상당히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면서 “70~80년에 걸쳐 굉장히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OECD 등 전반적 기준에 비춰볼 때 그렇게 급격하게 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높은 원전 비율을 조정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현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심하다는 지적과 함께 동해안 원전벨트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현 정부의 방침은 가동 중인 원전은 수명대로 돌리고, 새 원전은 짓지 않겠다는 것이다. 영덕의 천지 1·2호기와 강원 대진 1·2호기 등 한수원이 지으려고 했던 원전 4기의 건설계획을 철회시킨 게 본보기다. 안전성 문제를 들어 수명이 4년여 남은 월성 1호기를 지난 7월 한수원 이사회를 통해 조기 폐쇄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면서 지난해 상반기 75% 수준이었던 원전 가동률은 올해에는 60% 선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여름 폭염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원전 가동률은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의 탈원전 1년의 부작용은 심각했고 대가는 쓰라렸다. 매년 수조원의 흑자를 냈던 초우량기업 한전이 지난해 4분기 이후 올 상반기까지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는 상태로 추락했으며, 경주·영덕·울진지역 주민들은 지역 경제가 위축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공기업 한전의 적자는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판이다. 문 대통령이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가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하니 다행스럽긴 하다. 100년 대계여야 할 국가 에너지 정책을 급진적으로 몰아붙여서는 부작용만 불거질 뿐이다.

원자력학회의 최근 국민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1.6%가 원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값싼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선호하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단가가 원자력보다 비싸고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 시점에서 정부가 급진적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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