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대구 남구의회 입성 ‘문화예술 활동가 3인방’ 이정현·정연주·정연우 구의원

  • 최미애
  • |
  • 입력 2018-08-18 08:11  |  수정 2018-08-18 09:29  |  발행일 2018-08-18 제22면
“문화시설 변화보다는 정책 변화…예술인 자유로운 활동 여건 마련해야”
20180818
이정현·정연주·정연우 대구 남구의원(왼쪽부터)이 지난 14일 남구의회 본회의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대구 남구에는 여러 분야의 문화공간이 밀집해 있다. 소공연장이 모여있는 대명공연거리, 이천동 고미술거리처럼 거리 형태로 조성된 곳이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대구음악창작소나 대덕문화전당과 같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시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음악·무용·연극 분야의 연습실도 계명대 대명캠퍼스, 명덕역 일대에 모여있어 악기를 들고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같은 지역 특성 때문일까.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남구의회에 대거 입성했다. 이정현(34)·정연우(40)·정연주 구의원(39)이 그 주인공이다. 이정현 의원은 지역 행사·축제에서 기획자로 활동했고, 정연우 의원은 대구의 하드록밴드 레미디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공연 기획을 하기도 했다. 정연주 의원은 시각예술 분야의 작가로 10년 동안 활동했다. 지난 14일 대구 남구의회에서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역의 예술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문화시설에 대한 변화를 주는 것보다는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축제 기획자 이정현
세상 바꾸는 기회여서 정치 뛰어들어
예술인과 소통 음악창작소 좋은 사례
지역구 걸친 신천 문화공간 만들고파

시각예술 작가 정연주
정치 시작하고 사람들과 더 가까워져
대덕문화전당 전시장 활성화 기대감
日 고가네초처럼 예술도시 재생 시도

록밴드 베이스 주자 정연우
예술인·공무원 가교역할 하려고 출마
문화관광과 예산 2억 증액 임기 목표
행사·축제 지역쿼터제 조례제안 계획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다가 구의원이 된 소감은.

△이정현(이하 이)=“문화 기획만큼이나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재밌다. 틀 자체로 봤을 때 기획과 정치가 비슷한 느낌이라서 관심이 늘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치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됐다.”

△정연우(이하 정)=“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 구의원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뭘 하는지 모르고 4년 동안 월급만 챙겨 갈 수도 있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은 자리인 것 같다.”

△정연주(이하 연)=“처음에는 예술인이라는 원래 살던 삶이랑 정치가 다르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구의원으로서 맡은 일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유는.

△이=“구의원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이상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누군가가 되려면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보니 하게 됐다.”

△정=“생각이 없었는데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공무원을 상대하다가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섬세하지 못해 늘 아쉬웠다. 구의원이 되면 예술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작가로서 나의 역할은 사회·정치·문화·경제에 대해 예민한 촉각으로 모든 것을 알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정치를 하게 되면 내가 하는 작업에 문제가 생길까 고민도 했다. 작가들도 소통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정치를 시작하고 선거운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

▶기초자치단체 여건상 문화 관련 예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복지비를 쓰고 나면 남는 예산이 거의 없다. 그런 것 때문에 문화 관련 예산에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의회 들어오고 나서 알게 된 건데 남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 관련 SNS 계정에 투자하는 비용은 연간 2천만원이지만 운영은 다소 미흡하게 느껴졌다.”

△정=“남구는 문화 관광 분야의 예산은 몇억원 단위지만, SOC 같은 사업의 예산 단위는 몇십억원이다. 아직까지 문화 향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돈이 갖는 가치를 모르다 보니 문화에 대한 투자가 둔감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남구의 문화관광과 예산을 2억원 정도 더 올리는 게 목표다.”

△연=“얼마 전 대명동 계명대 앞에서 남구청장과 다 같이 식사를 하다가 나에게 ‘이 거리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할 수 있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일단 구청에 우리가 먼저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이건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게 있는 것 같다.”

▶대명공연거리를 비롯해 남구에는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지만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해결책은 뭔가.

△이=“대구음악창작소는 담당 공무원이 지역 뮤지션의 의견을 잘 들으려고 해서 잘 운영된다는 평가가 있다. 그런 공간은 관에서 주도하는 것보다는 관에서는 지원만 잘 해줘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원을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지 고민 중이다.”

△정=“대명공연거리가 있는 게 좋긴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연극·뮤지컬 중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명공연거리에는 음악도 있다. 내가 음악 분야에서 활동했다고 이 분야의 입장만을 대변할 수 없지만,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서 공연예술거리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연=“부족한 부분을 급하게 해나가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가면서 차츰 바꾸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전시가 줄 수 있는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대덕문화전당의 전시장이 잘 운영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

△이=“제 지역구가 신천에 걸쳐져 있는데, 신천을 문화적인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버스킹을 할 수 있도록 전기를 지원하고, 또 다른 공간에는 스트리트 워크아웃을 할 수 있는 철봉공원을 조성해보고 싶다. 노인들이 몰랐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인 스트리트 워크아웃 대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정=“지역의 행사와 축제에서 지역 예술인이 전체 공연비의 25~35%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역 쿼터제’를 도입하고 싶다. 남구가 작으니까 표본이 될 수 있고, 성공하면 대구시에서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년 초쯤 조례로 제안해보려고 한다.”

△연=“일본의 유명 기획자인 야마노 신고가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예술 도시 재생으로 요코하마 고가네초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가 있다. 고가네초는 낡고 오래된 공간에, 노인이 많은 동네인데 남구와 상황이 비슷하다. 임기 내에 가능하다면 시도해보려 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미애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