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정부, 대북정책 순서와 목표 확실히 해야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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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7   |  발행일 2018-08-17 제23면   |  수정 2018-09-21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및 북미 간 대화에 있어서 남한, 즉 한국의 자주적 역할을 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관계가 발전될 것이란 수동적 선(先)순환론을 넘어, 남북관계의 물꼬를 터 이를 동인(動因)으로 비핵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의 확장판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의 큰 틀로 경제협력 구상을 밝혔다. 향후 30년간 무려 170조원에 이르는 남북 간 경협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강원·경기 접경의 통일경제특구 설치를 제시하고, 개성공단이 10만명 일자리의 보고였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을 놓고 ‘신(新) 자주노선’이란 평가가 나왔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여전히 전제했지만, 무게 중심은 남북관계 개선 쪽으로 옮겨왔다는 해석이다. 이날 경축사의 장소가 과거 일본군과 주한미군이 주둔하던 용산이었던 점도 이 같은 메시지의 신호로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를 놓고 엄청난 고심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민족의 명운이 걸린 사안인 데다 일련의 정치적 대화를 놓고 국내에서 완전한 의견일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 비핵화란 목표 속에서 한미동맹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도 현실이다.

현재 남·북·미 3국 간의 줄다리기는 굉장히 가변적이다.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9월 UN총회에서의 북한의제 등의 일정이 있다. 수면하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미온적이며 북한 핵리스트 제출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쯤 한반도를 둘러싼 대한민국의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룰 수단들의 순서들이 보다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절대적으로 옳은 명제다. 한편 국제정치는 한쪽의 자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고비마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끌어당기는 외교적 역량, 미국에 대해 우리의 의지를 이해시키는 호소력, 북한이 냉엄한 국제질서를 인식토록 하는 설득력 이 모든 것이 적절한 순서 속에 함께 어우러질 때 문 대통령의 자주론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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