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거리극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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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7 07:36  |  수정 2018-09-21 14:37  |  발행일 2018-08-17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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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극단 가인 대표>

무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련히 들리는 ‘해 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이라는 노랫말처럼 어쩐지 거리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것 같다. 거리는 모두에게 친숙한 공간이다. 공동의 장소인 것이다. 활기찬 걸음이 있고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곳이다. 그런 거리에서 우린 심심찮게 거리문화를 접하게 된다. 연극, 노래, 연주, 전시 등 예술가나 문화단체 회원들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신들의 재능을 자유롭게 펼쳐낸다.

거리공연은 세계적으로 오래전부터 행해져왔다. 그중 거리극도 역사가 깊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시대 노동운동과 시작을 같이했으며 1960년대 계몽적 성격을 띠며 학생운동과도 연계된다. 이야기의 전개나 미학적 접근이 전통연극과 반하는 새로운 연극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시사성 촌극을 만들어 시대의 중요한 사안을 그려내거나 특정시위를 위한 공연을 만들기도 했다. 지역에서 논쟁거리가 되는 일이나 정치적 이슈 등을 포착하여 관객들에게 문제점을 제시하고 의사와 행동참여를 독려하기도 한다. 현대에도 공동의 생각을 주장하는 촛불집회 진행의 많은 부분에 문화공연이 결합된다. 이 또한 거리공연의 형태로 그 본질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연의 성질은 다르지만 이와 맥을 함께하는 야외공연들도 존재한다. 대규모 문화콘텐츠와 결합하거나 개성 넘치는 기획 퍼포먼스 등 계몽적 역할이 아닌 좀 더 자유롭고 미래지향적 산업과 결합도가 높은 작품도 많이 공연된다.

우리나라 연극계에도 한국 전통연희의 공동체적 성격과 풍자적 양식을 현대의 상황과 결합시켜 관객과 소통하고 공유했던 마당극이 있다. 마당극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금은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특색 있는 축제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으며 교육연극으로 거듭나고 있다. 거리는 계절의 옷을 갈아입고 문물에 따라 변형되기도 하며 오가는 사람들이 바뀌어가는 곳이다. 아주 오래된 거리도 있으며 주거의 이동·확장으로 만들어진 거리도 있다.

그 모든 거리는 도시의 숨통으로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여전히 젊다. 비워지면 채워지고 사라지면 찾아오는 사람들과 문물이 끊임없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친숙하거나 새로운 실험적인 공연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배우들의 몸짓이 지정좌석이 없는 무대를 꾸민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사랑이든, 그저 일상의 모습이든 동시대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으로 남는다. 오늘 길을 가다 버스커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들의 손짓에 잠시 멈추고 함께 머물면서 세상의 이야기를 느껴보자. 거리는 어느새 훌륭한 공연장이 되어 삶의 활력소로 다가올 것이다. 김성희<극단 가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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