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곤륜산 활공장, 예산 부족에 반쪽짜리 시설 전락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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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7 07:20  |  수정 2018-08-17 07:20  |  발행일 2018-08-17 제8면
패러글라이딩 최적 조건에도
가는길 폭 3m 임도 비포장길
비 오면 곳곳 갈라지고 진흙탕
장비차량 진입 사실상 불가능
포항 곤륜산 활공장, 예산 부족에 반쪽짜리 시설 전락
포항 북구 흥해읍 곤륜산 정상과 연결된 임도가 최근 내린 비로 갈라지고 움푹 패어 있다. 비가 내리거나 내린 뒤엔 진흙과 높은 경사로 인해 차량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포항] 지난 13일 포항 북구 흥해읍 칠포해수욕장 인근 곤륜산 정상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가는 입구. 폭 3m 비포장 길이 나있다. 무거운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실은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지난달 개설된 임도다. 정상까진 약 1.5㎞.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하지만 최근 내린 비로 임도 곳곳은 갈라지고 움푹 패어 있었다. 땅이 갈라지면서 생긴 둔덕은 차량이 지나기 어려울 만큼 높다. 빗물에 섞인 진흙투성이 구간에선 헛바퀴만 돈다. 어렵사리 도착한 곤륜산 정상 활공장은 흙먼지가 날리는 황량한 맨땅만 덩그러니 펼쳐져 있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패러글라이딩 조건을 갖춘 포항 곤륜산 활공장이 예산 부족에 반쪽짜리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달 북구 흥해읍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연결하는 임도를 개설했다. 대부분 사유지여서 임도 개설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시는 관광 활성화 등 공공 목적을 내세워 1년간 끈질긴 설득 끝에 지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얻어내 임도를 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도로 포장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비가 오면 비포장길은 진흙투성이로 바뀐다.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실은 차량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곤륜산 활공장은 국내 최고의 활공장으로 손꼽힌다. 바람과 이륙 방향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활공장은 계절풍 영향으로 한두 방향으로만 이륙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곤륜산 활공장은 태풍 등 기상악화를 제외하고는 연중 활공이 가능하다. 또 산 정상 아래에 있는 칠포해수욕장 백사장은 초보자에게도 안전한 착륙장이다. 포항패러글라이딩연합회 관계자는 “동해안과 맞닿은 곤륜산은 해풍이 불어서 연중 활공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곤륜산은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이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가대표 패러글라이딩 선수단은 최근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이곳에서 전지훈련을 계획했다. 그러나 비포장길 등 미흡한 시설로 결국 인근 경주로 발길을 돌렸다. 찾아오는 손님을 내쫓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임도 포장과 활공장 잔디 식재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이와 관련한 예산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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