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에 추석물가 비상…선제적 관리 나서야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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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6   |  발행일 2018-08-16 제31면   |  수정 2018-09-21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수축산물 피해가 급증하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과일·채소 등 농작물이 말라 죽거나 생육이 지연되고, 닭 등 가축 폐사도 급증하는 등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농산물 수급 대책반을 꾸려 채소 등 10개 품목의 물가 집중관리에 나섰지만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밥상물가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전국의 농작물 피해면적은 2천334㏊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의 9배 규모다.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포도 등 과수농가의 피해가 1천105㏊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들 농가는 한창 과실이 커질 시기에 열과·낙과 등의 피해로 정상적인 출하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사과 10㎏ 도매가는 3만1천~3만4천원으로 지난해보다 30% 올랐고, 제철 과일인 수박도 60% 이상 급등했다. 생육이 부진한 고랭지 배추도 평년보다 40% 이상 뛰었고, 무·감자·시금치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무더위에 폐사한 가축이 급증하면서 축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지난 13일 현재 폐사한 가축이 경북 59만7천여 마리를 비롯해 전국에서 544만 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닭이 505만 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2015년 폭염 당시 242만6천 마리가 폐사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닭 공급이 줄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의하면 13일 기준 육계(중품) 1㎏당 소비자 가격은 5천190원으로 한 달 전보다 8.2% 올랐다. 올해 닭 소비자 가격이 5천원대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여기다 폭염으로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광어·갈치·고등어 등 주요 수산물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농수축산물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먹거리 가격이 오르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것은 서민이다. 또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 역시 비용 부담이 커진다. 물가 당국과 지자체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열흘이나 빨라 자칫하면 차례용품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비축물량 점검 등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재기 등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막고 필요하면 긴급수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폭염과 가뭄의 장기화에 대비해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 가동하고 예비비 등 예산도 적기에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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