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분권·균형발전 또 용두사미로 끝나나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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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6   |  발행일 2018-08-16 제31면   |  수정 2018-09-21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국정기조는 보수 정부보단 진보 정부가 훨씬 전향적이다. 노무현정부는 115개의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업적을 남겼다. 문재인정부에 거는 기대도 컸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분권 국가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분권 철학이 몸에 밴 김부겸 의원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보임된 것도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1년3개월이 지났어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지방분권 강화 태스크포스 ‘자치분권 전략회의’를 꾸리고 올핸 자치분권위원회가 출범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지방자치 기능 강화의 3대 축인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주재정권 어느 하나 흡족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된 게 없다. 지자체 곳간을 채워줄 지방세 비중 상향 조정도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답보 상태다.

14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 의지가 후퇴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방분권 강화가 진척되지 않는 데 대한 푸념이다. 이 도지사는 제대로 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분권위원회와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세와 지방세 비중 6대 4 조정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교류 체계 확립 △제2국무회의 제도화 등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지방분권 강화는 6·13 지방선거 후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자유한국당이 개헌안 국민투표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에 반대하지 않았더라면 분권 개헌안은 통과됐을 가능성이 높고, 지방분권 및 자치 역량이 한층 강화됐을 게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작금엔 개헌에 발을 빼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분권 개헌은 불가역적 지방분권 강화와 지방자치 기능 제고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개헌을 외면하는 이상 문재인정부의 지방분권 의지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또 개헌 이전이라도 법률이나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분권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함께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분권에만 방점을 찍을 경우 지자체 간·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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