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떤 삶을 꿈꾸는가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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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6 07:58  |  수정 2018-09-21 14:15  |  발행일 2018-08-16 제20면
20180816
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부자들이 계속해서 돈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존경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인간은 거의 모두가 존엄을 갈망한다. 병사나 탐험가 또한 다른 사람들의 존경심 때문에 극빈층보다 더한 궁핍을 기꺼이 견딘다고 한다. 즉 사람들은 성적인 사랑 이상으로 세상이 주는 사랑을 갈구하는데, 이는 세상이 주는 사랑에 대한 ‘불안’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동행325의 출발 역시 이러한 불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오히려 사람들을 이어준다.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그렇게 동행325도 시작되었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믿음으로 작심삼일의 의지를 확장하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아주었다. 작심삼일을 이기는 법은 삼일마다 작심을 새로 하는 것이고, 뜻을 이루는 것은 인디언의 기우제처럼 비가 올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다.

그렇게 스터디가 만들어지고, 함께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글쓰기를 하고, 책을 만들었다. ‘따로 또 같이’라는 첫 책 제목처럼, 함께 또는 따로 쓰기를 하면서 서로의 삶에 대한 나눔과 치유라는 빼놓을 수 없는 덤도 챙겼다. 그것이 365일 중에 40일은 각자의 삶을 누리고 325일은 서로의 꿈길을 지원하며 동행한다는 동행325의 존재의미가 되었다. 그들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고, 책판을 열어 시민과 소통하고 나누는 장도 열었다. 이제 다시 그들은 다음을 꿈꾼다.

서울 도봉구의 ‘도봉N’은 마을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신문이다. 보수를 덜 받거나 무보수로 일하는 주민과 후원을 하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다. 신문을 창간하며 동네 마라톤대회를 열고, 운동회나 김장모임 등을 하며 꾸준히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은 공동 육아를 위해 직접 어린이집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성미산학교가 만들어지고 마을 극장, 마을 축제, 협동조합형 카페, 유기농재료를 쓰는 성미산밥상, ‘채나눔’의 철학으로 지은 공동주택까지 확장되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주택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역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공동 텃밭이나 공동 냉장고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미국인들은 은퇴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개인의 집에서 거주하며 공동체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거를 택하고 있다.

그들이 이러한 마을을 만드는 데는 공통된 질문이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무엇이 마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우리 마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마을에서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꿈꾸는가.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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