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만에 누군지 알아…범죄자 추적 쉽지만 사생활 감시 우려도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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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6 07:44  |  수정 2018-08-16 09:16  |  발행일 2018-08-16 제19면
안면인식 기술의 명암
20180816

최근 홍콩 유명 가수 겸 중견 배우인 장학우에게 ‘도주범 잡는 스타’ ‘수배범의 숙적’이란 별명이 붙었다. 장학우의 중국 순회 공연장 7곳에서 8명의 지명 수배범들이 잇따라 검거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직접 도주범을 잡은 것은 아니다. 공연장 내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안면인식 기술 덕분이었다. 중국의 주요 공연장은 입장 시 보안 검색과 신분 확인을 한다. 도주범 2명이 검거된 5월 자싱시 공연에서는 출입구에 설치된 얼굴인식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도주범은 동생의 신분증으로 3년간 숨어 다녔지만 얼굴인식 기술의 감시망은 넘어서지 못하고 붙잡혔다. 카메라로 얼굴을 스캔해 단 3초 만에 신원을 파악하는 고성능 ‘얼굴 인식 기술’은 이처럼 놀라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中 기차역 검표 시스템에 도입
얼굴스캔…여객처리시간 단축
정확도 90% 데이터 구축 목표

美 용의자 사진으로 신원특정
“익명 허락하지 않는 사회 올것
시민 언제 어디서나 추적가능”


◆범죄·테러범 추적에 쓰이는 얼굴 인식 ‘천망(天網)’

안면인식 기술이 중국 대륙을 바꾸고 있다. 범인 검거와 무단횡단 단속을 비롯해 대학·호텔·기차역·공항에도 안면인식 기술이 도입돼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지원 및 대기업의 전폭적 투자와 맞물렸다. 치안뿐 아니라 여행·유통·금융까지 다방면에 안면인식 기술이 스며들고 있다.

중국 수도로 통하는 새 관문이 될 베이징 신공항에는 안면인식 기술이 적극 도입된다. 카메라가 승객의 얼굴과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해 자동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승객과 소지품을 비교해 신원이 불분명한 수하물도 찾아낸다.

올해 춘제(春節·중국 설)부터는 베이징·상하이·선양 등 주요 도시 기차역에 안면인식 검표 시스템이 도입돼 여객 처리 시간이 단축됐다. 개찰구에서 역무원이 신분증과 기차표를 대조하던 과거 방식 대신 얼굴 스캔으로 3초 만에 신분 확인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광둥 등 일부 지역에서는 무단횡단 차단 목적으로 횡단보도에 안면인식기를 설치했다.

대학 캠퍼스에도 안면인식 기술이 쓰이고 있다. 베이징대·칭화대 등은 캠퍼스 출입, 대학도서관, 강의실, 기숙사, 체육관 등에 얼굴인식 카메라를 운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메리어트호텔은 안면인식 기술로 호텔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중국 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2015년 중국 공안부는 14억명에 달하는 중국인 얼굴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하는 안면인식 데이터 베이스 구축에 나섰다.

안면인식 시스템의 대중화는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프랑스·캐나다 등도 공항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는 운전면허 및 신원확인에 안면인식을 활용하는 추세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매 순간 온라인에 올라오는 수백만장의 사진 분류작업에 들어간다. 범죄나 테러범 추적을 위해서다. 이런 감시망은 천망(天網·하늘이 놓은 그물)이라고 불린다.

효과는 대단했다. 지난 6월 미국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캐피털 가제트’ 신문사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 신원을 하는데 안면인식 시스템이 이용됐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입을 닫고 신분증도 갖고 있지 않았으나 경찰은 메릴랜드이미지저장시스템(MIRS)을 통해 신원을 특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그의 사진을 700만명의 메릴랜드주 운전면허증 사진, 주 범죄자 관련 300만건의 이미지 정보, 2천500만건의 연방수사국(FBI) 범죄자 정보와 대조한 것이다. 안면인식 시스템이 범죄 수사에 긴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 남용될 경우 위험한 독점 감시 될 수도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안면인식 시스템은 남용되는 경우를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범죄자나 스토커들이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누군가를 추적하는 경우도 하나의 사례다.

그동안 안면인식 기술이 대중화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확도가 높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카네기멜론대학이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핏팻이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프로그램의 안면인식 기술은 미 연방수사국(FBI)보다 정확하다. 길거리에서 아무나 카메라에 담아 소셜미디어 프로필과 결합할 경우 사회보장번호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게 해준다.

안면인식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이 개선되면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장면이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안면인식은 지문이나 홍채·음성 등 개인의 동의를 얻어 추출되는 생체 데이터와 다르다. 블로그나 SNS 등 온라인상에 올려진 사진과 동영상이 안면인식 데이터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면인식 시스템 반대 운동을 벌이는 시민사회단체도 생겨났다. 런던의 빅브라더워치는 “실시간 안면 인식은 위험한 독점 감시 도구로, 시민들은 어디서나 추적되고 심지어 오인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거대한 안면인식 사회 탄생이 불러올 세상은 겉으로 개인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깨트린다. 사실상 사람의 얼굴이 바로 주민등록번호가 되는 시대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삶에 더 이상 익명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굴 사진 하나만으로 개인 신상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 걱정스럽게도 이처럼 오싹한 상황을 맞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중국 정부는 광장에 모여 시위하는 사람들을 감시카메라로 포착한 사진을 통해 시위대의 신원을 파악, 체포에 나서고 있다.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혀 신변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게 될 날이 오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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