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아파트 부지 매수 시, 과도한 매매대금 지급했다면 반환받을 수 있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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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5   |  발행일 2018-08-15 제14면   |  수정 2018-09-21
20180815

아파트건설사업 시행사가 사업부지를 매입하면서 시급한 인허가절차나 금융조달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세보다 과도하게 매매대금을 지급했다면, 그 후 부당이득 내지 손해배상으로 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까. 또한 형법상 부당이득죄로 고소하면 처벌이 될까. 형법 349조는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먼저 부당이득죄로 처벌되느냐에 관해 대법원은 “형법상 부당이득죄에서 궁박상태 여부 및 현저히 부당한 불균형 여부는 단순히 시가와 이익의 배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고, 거래당사자의 신분과 상호 간의 관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자의 이익, 피해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피해자와 거래해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하되, 사적 계약자유원칙을 고려해 범죄성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09년 1월15일 선고 2008도8577 판결 등)

결국 부당이득죄가 성립하려면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상황을 미리 알고 그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이거나 ‘피해자에게 협조할 듯한 태도를 보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후에 협조를 거부하는 경우’ 등과 같이 사업시행자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도록 토지소유자가 악의적으로 행동한 경우에 한한다고 봤다.

그렇다면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기 오래전부터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소유해 온 사람이 사업시행자가 매도하라는 제안을 거부하다가 결국 매도하면서 큰 이득을 취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당이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즉, 굳이 팔아야 할 의무가 없는 점, 시세보다 높게 요구하는 것은 통상 예견 가능하고 그로 인한 위험부담을 감수한 점, 그럼에도 사업상 이윤이 나니까 매수한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 시세의 6배, 10배, 45배로 매도했다 하여도 부당이득죄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과도하게 지급된 매매대금에 대한 반환청구는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인데, 형법상 부당이득죄 처벌이 반드시 전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부당이득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도 어렵다고 볼 때, 위 부당이득죄의 판단기준이 반환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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