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청소년의 날에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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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4 00:00  |  수정 2018-09-21
20180814

8월12일은 세계연합(UN)이 정한 세계청소년의 날이었다. 이날은 1991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의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에 의해 제안돼 8년 뒤인 1999년 제54차 미국총회에서 승인됐다. 매년 UN본부에서는 세계 청소년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청소년들의 교육, 고용, 기아, 빈곤, 보건환경, 약물남용, 청소년범죄, 여가 활동, 소년과 젊은 여성 등 10개 주제에 대한 캠페인을 주로 개최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있으며, 유명인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위로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한다.
 

현재 지구상에서 10~24세 청소년은 18억명으로 역사상 가장 많다. 그러나 청소년 인구의 10%는 분쟁지역에 살고 있으며, 2천400만명은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안전하지 못한 것이다.
 

2018년 세계청소년의 날 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안전한 공간(Safe spaces for youth)’이었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과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필요와 관심에 따라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로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참여하기에 안전한 공간을 가지게 되면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가족과 상호작용하고 세대 간에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청소년의 참여와 권리, 안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구에서는 청소년의 참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어린 것들이 무슨…’이라는 인식이 많다. 청소년은 공부해야 하는 사람으로, 더 배우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미 2002년에 19세의 나이로 독일연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안나 뤼어만이 있다. 세계 최연소 의원으로 실제 연방의회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 재선까지 했다. 지금은 현실 정치는 잠시 쉬고, 스웨덴의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 활동하고 있다.
 

안나 뤼어만이 2004년 당시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에피소드다. 국회의장과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복장이 문제가 됐다. 청바지에 티 하나, 배낭 하나를 메고는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초청을 주선했던 모 교수가 정장으로 갈아입고 만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이에 안나 뤼어만은 “옷은 문제가 아니다. 청바지 입은 젊은 애가 연방의원이 됐기 때문에 나를 초청한 것이 아니었냐”고 반문하며 그대로 만났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옷은 겉모습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어른들의 생각은 그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러한 어른들에게 많은 의미를 던지는 한마디였다. 안나 뤼어만의 개인 자질도 훌륭하지만, 이러한 세계 최연소 의원을 배출한 독일의 사회적 분위기도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선 언제쯤 청소년을 대표하는 19세 의원이 나올 수 있을까.
 

지난 12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세계청소년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대구에서도 많은 행사가 열렸다. 중구 동성로에서는 기념식과 청소년댄싱대회를 개최했고, 수성구에서는 200여 명의 청소년이 모여 대구의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대토론회가 열렸다. 또한 남구에서는 청소년가요제를 열었다. 이날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청소년이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대구가 됐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보낸 축하메시지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잘 표현했다.
 

“세계의 희망은 청소년에게 달려있습니다. 평화, 경제적 역동성, 사회정의, 관용, 이 모든 것과 더 많은 것, 현재와 미래는 청소년의 힘을 활용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손 병 근(대구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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