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음악여행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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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4 08:12  |  수정 2018-09-21 11:31  |  발행일 2018-08-14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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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댄스팀 아트지 멤버>

잠들기 전 문득 어린 시절 좋아하던 가수나 음악이 떠오를 때가 종종 있다. 요새는 시대가 좋아져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떠오르는 음악과 당시의 영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를 통해 90년대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즐겨 본다. 내가 검색한 음악 아래에 뜨는 관련 링크를 타고 들어가다 보면, 1시간은 훌쩍 지나곤 한다. 휴대폰 액정을 통해 조금은 흐릿한 화질의 오래된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 드는 느낌이다.

어린 시절 TV 보는 걸 유독 좋아했던 나는 아직도 90년대 가수들을 정말 좋아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은 컬러 TV의 대중화와 많은 대중 가수들의 등장으로 한국 가요계의 황금기라고 불린 시기이며 90년대는 아이돌과 팬덤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김건모, H.O.T., S.E.S., 유승준, 엄정화, 이정현 등 내 어린 시절 감수성을 자극했던 가수들이 정말 많다.

몇 년 전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1990년대를 대표했던 대중가수들을 모아 리마인드 콘서트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기획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김건모, 터보, 엄정화, 젝스키스, H.O.T. 등 9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을 섭외해 완벽한 1990년대 무대를 기획하였다. 무대 디자인과 가수들의 역량, 관객들의 옷차림까지 철저히 신경 써서 정말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느껴지도록 준비한 무대였다. 공연 후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실제 무대를 본 관객들은 노래와 춤을 따라 하며 즐거워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고, 방송 후에는 음원 역주행과 다음 시즌 요청이 계속되었다. 시즌2까지 방영된 ‘슈가맨’도 잊혔던 옛 가수들을 소환해 추억을 떠올리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 시절 가수와 음악을 볼 수 있었다.

1990년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이 가수들과 음악이 자신의 어린 시절 많은 추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TV 속 가수를 따라 하며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 연애시절 달고 쓴 순간들을 함께했던 음악들, 좋아하는 가수와 결혼할 꿈을 품던 학창 시절의 순간까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지금보다 어리고 순수했던 그 시절들이 음악과 가수들의 모습에 투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과 춤이 있다. 전주만 들어도 그 시절이 떠오르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가 있고 음악을 트는 순간 다 같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안무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 깊이 와닿은 음악과 춤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타임캡슐 속 편지와 같다. 오늘 하루 가끔씩 꺼내보는 지난 일기장처럼 지금보다 어린 시절 나의 감성을 자극했던 음악으로 나를 달래주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은 무엇인가요?박혜진 <댄스팀 아트지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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