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상황극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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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07:57  |  수정 2018-09-21 10:23  |  발행일 2018-08-10 제16면
20180810
김성희 (극단 가인 대표)

연기워크숍이나 연극놀이를 진행할 때 연극 장르인 상황극을 활용할 때가 많다. 사전적 의미는 ‘참여자들에게 일정한 상황을 주고 그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진행하는 극’이다. 이를 시행할 때 ‘magic if~’라는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직면한 상황 속에 나라면 어떤 상상력의 힘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가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연기워크숍은 리얼리즘연극 연출가 스타니 슬라브스키의 ‘정서적 기억’과 더불어 중요하게 언급되는 배우의 정서적 내면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다. 즉 연기자는 ‘내가 만약’이라는 상황과 질문을 바탕으로 행동의 논리적인 순서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는 신의 섭리의 윤리적인 면과 인간이 만든 국가의 규율이 대립하고 당위적 측면의 정치성에 대한 근본 질문을 하는데, 이를 안티고네 오빠의 장례식이라는 상황을 주어 관객으로 하여금 고민하게 한다.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은 나라면 같은 상황이 주어질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를 상상하고 극의 마무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기도 하고 공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한다.

무대와 등장인물은 같지만 매회 다른 상황이 주어지거나 우발적 사건에 대한 웃음요소를 찾아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공연도 상황극에 기초한다. 상황극은 재난대피훈련, 예능 프로그램, 연극치료 등 일상과 전문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상황극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린 매순간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의식하진 못하는 상태에서 살아온 환경, 지배관계, 철학적 견해 등이 작용하면서 그상황에 대해 대처하고 행동한다.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나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각자의 인생은 희비극으로 점철되며 그것은 순간순간에 대한 자신의 습관과 의지로 끊임없이 선택하고 행하고 책임지는 연속일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 자신의 세상, 자연, 역사에 대한 관점과 타인과의 관계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며 형성하는가에 대한 결정 등은 이론적 철학과 정치성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속한 사회와 자신의 인생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공동의 상황에 공동으로 대응한다 해도 구성원 하나하나의 반응의 차이점과 다름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결과를 생성하는데 개인의 상황 판단이 결국 진일보하는데 일조한다. 우리는 즐겁게 대하거나 진지하게 극복하면서 인생을 연출하는 상황극의 주인공들이다. 연기의 정답은 없지만 인물의 행위에 대해 관객이 호응하며 공감하듯 우리 행동의 적합성에 대해 돌아보는 하루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성희 (극단 가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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