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아름다운 마무리

  • 이정경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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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8   |  발행일 2018-08-08 제11면   |  수정 2019-01-14
20180808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속담이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란 모든 일의 참다운 종결을 의미하는 동시에 과정의 소중함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런 속담이 있는 것 같다. 특히 한 인물의 거룩한 죽음은 그 사람의 인생 전부를 대변해주는 숙연한 소중한 순간을 느끼게 한다.

예를 들면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의 올곧은 삶을 그대로 반영하듯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 그의 열반을 보고 감동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으리라. 죽음은 슬픔이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과 삶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자살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최근 한 국회의원의 투신자살로 온 나라가 비통에 잠기기도 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착잡했다. 나는 정치에 대해 문외한이다. 그 의원이 살았을 적에 국민을 위해 어떤 공적 기여를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다. 그러나 국민으로서 또한 인간으로서 그의 마지막인 죽음의 선택에 대해서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최후 선택이었을까를 생각했을 때 통탄해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언젠가는 최후의 순간이 올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날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스스로 목숨을 함부로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첫 내 삶의 신조다. 산다는 것은 바로 고(苦)의 탄생이요 삶은 곧 인내의 시간이라고 했다. 나 역시 살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힘든 순간이 왜 없었을까. 그러나 나는 부모 사랑으로 자란 덕분인지 자살이라는 끔찍한 단어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 삶은 각종 재난 사고로 인해서 죽음의 지뢰밭을 밟고 다니는 험난한 찰나의 연속 같다.

전 세계적인 자연재해로 인한 돌발적인 사망사건도 상상할 수 없이 많이 일어나는 현실이다. 거기에 스스로의 목숨을 헌신짝 버리듯하는 이 현실의 안타까움을 어떻게 글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남은 가족과 지인의 아픔과 고통을 생각하면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당한 경험을 두 번 겪어본 사람이다. 14세 어린 시절에 남자 친구가 갑자기 사고로 죽는 바람에 내 인생 좌표가 바뀌었다. 공부 잘하고 잘생긴 한 소년의 죽음은 내 인생을 통째로 무기력하고 허망하게 만들어버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을 앞두고 왜 공부를 해야 하냐며 어린 나이에 끝도 없이 혼자 방황하느라 10대를 고스란히 죽음의 해답을 찾는 인생 화두로 허송세월을 했다. 오랜 방황 끝에 ‘왜 사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현실적인 참 삶의 의미를 깨치게 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가 버렸다. 그때 못다 한 학구열은 예순둘에 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에 들어가서 만학도로 공부를 하면서 이어가고 있다. 이 열정을 청춘일 때 노력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살고 죽는 것은 하늘의 뜻에 맡기고’ 내가 어떤 사고(思考)로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어떻게 매 순간에 최선의 정성으로 가족을 사랑할 것인가. 또한 주위 사람과 정을 나누고 교감하며 더불어 잘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매 순간 지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살면 인간관계도 좀 더 원만하고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실제로 실천은 어려워서 늘 실수하고 잘못하며, 일일 참회의 시간을 가지며 최후를 향해 아름다운 단풍처럼 곱게 물들길 원하고 있지만.

언젠가부터 뉴스 보기가 참으로 두렵다. 나이가 들어 심장이 약해서 끔찍한 사건 사고의 현장을 볼 수 없는 이유도 있지만, 내 아름다운 삶의 평범한 일상을 그런 흉측한 그림자로 얼룩지우고 싶지 않아서 더 보기 싫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회적인 인간이다. 주위의 덕망 높은 분들과 어울려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분들의 덕(德)의 향기로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우리 모두 그런 향기 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런 세상이면 정말 좋겠다.

이정경 시민기자 kyung637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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