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 내리막길…내년 명목 수출증가율 발목 잡나

  • 입력 2018-08-07 07:39  |  수정 2018-08-07 07:39  |  발행일 2018-08-07 제15면
韓銀 “올해보다 1.5%만 늘어나”
3년만에 실질수출증가율 밑돌듯
명목GDP 성장률까지 둔화 전망
구매력 하락으로 내수위축 우려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하며 내년 명목 수출증가율이 실질 수출증가율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교역조건 악화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물론 기업 매출, 경상수지, 정부 세수 등 명목 변수 전반의 증가세를 둔화시키고 실질구매력 하락을 통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모은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 명목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은 전년 대비 1.5%로 실질 상품수출 증가율 예상치(3.5%)보다 2.0%포인트 낮다. 명목 상품수출 증가율은 수출 가격과 물량을 모두 고려한 수출증가율이다. 정부에서 수출 실적으로 발표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반면 실질 상품수출 증가율은 가격 변동분을 제거한 채 물량 변동만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반도체 단가 상승에 힘입어 명목 수출증가율이 15.8%로 실질 수출증가율(3.8%)을 훌쩍 웃돌았다.

올해에도 반도체 호황 지속으로 한은은 명목 상품수출 증가율이 5.6%로 실질 증가율(3.5%)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내년에는 물가 상승세(GDP 디플레이터)가 쪼그라들면서 실질 수출증가율보다 명목 지표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대로 내년 명목 수출증가율이 실질 수출증가율보다 낮으면 2016년 이후 3년 만의 일이 된다.

한은이 내년 명목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최근 수출 증가를 주도한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리라는 관측 탓이다.

반도체 수출물가는 작년 4분기 51.82(2010=100·원화 기준)로 6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고 올해 1분기 51.66, 2분기 51.45로 떨어졌다.

아직 반도체 경기가 완전히 하강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는 신호라고 해석된다.

문제는 명목 수출 증가세가 꺾이면 명목 GDP 성장률도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악화는 한국의 교역조건(수출 1단위로 살 수 있는 수입량)을 악화시켜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꺾는다. 이렇게 되면 실질 GDP 증가율에 GDP 디플레이터를 반영한 명목 GDP 증가세가 둔화한다.

명목 변수와 연관된 기업 매출, 정부 세수, 경상수지 증가세도 둔화할 수 있다. 교역조건 악화는 실질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위축으로 번질 수 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의 수출입 가격 동향을 고려할 때 향후 명목성장률이 지난 3년간 유지한 5% 내외보다 상당히 낮은 3%대에 머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작년 이후 수출 회복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이 변동할 경우 교역조건 변화에 따라 우리 경제가 영향받을 위험이 점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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