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검사의 독점적 수사구조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아야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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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6 00:00  |  수정 2018-09-21
20180806

 

지난 7월 18일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행사 문제 없나' 제하의 기고문이 영남일보에 게재됐다. 글의 요지는 최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과 관련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리·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형사사법 서비스의 대상인 시민이 올바른 수사구조개혁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논의에 동참해 주는 것 자체만으로 경찰관으로서 고마움을 느끼고 환영한다. 다만 그 주장을 살펴보면 형사사법체계나 수사 현실에 대한 편향된 시선 내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몇 가지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검사가 자신이 직접 수사하지 않았던 사건의 피의자를 기소하고, 단죄를 요구하는 것은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법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사가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기소하기 위해선 오히려 스스로 수사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 이유는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 수사를 지휘까지 하게 된다면, 그 수사의 목표는 기소 내지 유죄판결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실체적 진실규명에서 벗어날 수 있고, 법상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을 시도하거나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인권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하고, 종결할 수 있는 사법적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경찰수사 결과가 검찰 단계에서 상당수 변경됐다는 검찰 측의 일방적 주장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3년간 통계를 분석해 보면, 경찰이 송치한 전체 인원 중 실질적으로 검찰단계에서 의견이 변경된 인원은 1.91%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낮다. 이런 수치는 같은 기간 검사가 기소한 사건의 1심 형사재판 무죄율 5.8% 보다 1/3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셋째, 정부의 합의안대로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의 인지 수사로 인해 죄 없는 사람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등 무고한 시민이 기소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먼저, 경찰의 인지수사는 경찰이 마음대로 수사를 하거나, 아무 통제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는 수사가 아니다. 경찰의 전체 인지사건을 분석해 보면, 경찰이 스스로 단서를 찾아 인지하는 경우는 4%에 불과하고, 이 경우에도 단계별 내부 결재를 거쳐야만 진행 되고, 인지수사 일몰제 등 주기적 점검을 통해 적절한 통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사, 인지수사 결과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 하더라도 이는 범죄의 의심을 해소한 형사사법 서비스의 결과로 봐야 될 부분이지, 죄 없는 이를 수사한 것이라는 주장은 합리적 시각이 아니다. 
 

넷째, 경찰에서 조사 받은 사건을 검찰에서 중복 조사하는 것이 경찰수사의 내용이 미흡하고,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부분이다. 동일한 내용을 검찰에서 재차 이중조사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형사소송법에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우월적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일 뿐이다. 이와 같은 제도는 피조사자의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검사 작성 조서를 특별 취급함으로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해할 우려까지 발생한다. 이중조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계산해 보면 연간 500억~1천5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끝으로 수사구조개혁을 단지 기관간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내려놓지 못하겠다는 검찰 측 프레임에 갇힌 것은 아닐까? 수사구조개혁이란 경찰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선진화된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수많은 폐해를 야기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따른 것이므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준영 경감(울산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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