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남북, 싱가포르서 회담 무산에도 '대화 분위기' 이어가

  • 입력 2018-08-04 00:00  |  수정 2018-08-04
美, 트럼프 대통령 친서 北에 전달…폼페이오 "다시 만나야"에 리용호 "동의"
남북 '솔직한 의견교환'…북미는 '미소와 악수'로 인사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계기 남북·북미 외교장관 공식 회담은 무산됐지만, 3국 외교장관들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및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간 공식적인 양자 회담은 불발됐지만, 세 장관은 다양한 계기에 조우하며 변화된 상황을 보여줬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규탄 분위기 속에서 '인식차'만 부각됐던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 ARF 회의 당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먼저 전날 있었던 ARF 환영 만찬에서는 강 장관이 먼저 리 외무상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만남에 대해 '솔직한 의견 교환', '꽤 오랫동안' 등 표현과 함께 "상대방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이해하고 우리의 생각도 전달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년의 경우에는 불과 '3분'의 만남에서 강 장관이 "베를린 구상 및 대북 제안에 대해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하자 리 외무상은 "제안에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맞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당일 ARF 회의장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이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이미구면인 두 사람의 미소에는 친근함도 느껴졌다.


 이날은 특히 미국 측 북미 판문점 실무협상을 이끈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리 외무상에게 회색 서류봉투를 전달하며 시선을 끌었다.


 이후 폼페이오 장관은 트윗을 통해 이 서류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답신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김 위원장의 친서를 수령한 지 사흘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 김 대사를 통해 답신을 보낸 것이다.


 북미외교장관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친서 외교'를 통해 최고위급간의 소통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일단 북미·남북 외교장관회담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것은 비핵화·종전선언 관련 치열한 줄다리기로 북미 후속협상이 교착된 상황에 장관급 회담을 통해서는 쉽사리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한계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각국의 시선이 쏠린 국제회의에서 정상 간 친서 외교를 중심으로 각국장관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만큼,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진전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제기된다.


 실제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 대사가 리 외무상에게 전한 봉투가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이라고 확인하며 양국 장관의 회동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는 곧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하자 리 외무상이 '동의한다. 해야 할 많은 건설적인 대화가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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