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산단 긴급 진단] (상) 직접 찾아가 본 성서산단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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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7 07:24  |  수정 2018-07-27 09:30  |  발행일 2018-07-27 제3면
근로자 “납품물량 여전…아직은 위기설 체감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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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으로 대구경제의 중심축인 산업단지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우려가 높지만 현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문 닫은 공장도 있지만 새롭게 짓고 있는 업체의 공장도 여럿이다.

지난 25일 오전 10시쯤 대구시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낡고 규모가 작은 공장들이 늘어선 1차 단지의 교차로 가로수에는 ‘공장 임대’ ‘부지 매매’ 등을 안내하는 현수막과 종이가 나붙어 있다. 입구는 열려 있지만 작업장 문이 닫혀 있는 ‘개점휴업’ 상태의 공장도 보였다. 다른 한 공장은 오랫동안 가동을 멈춘 탓인지 건물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폐공장 옆에 있는 업체의 직원은 “이곳에 취업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옆 공장은 입사할 때부터 빈터였다. 부지도 넓지 않고 건물도 낡아서 임차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도롯가 쪽 공장들의 사정은 달랐다. 제품을 실어낼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었고, 직원들은 지게차로 납품할 제품을 나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산업기계를 생산하는 업체에선 제품을 찍어내는 공장의 기계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기계부품을 실은 화물차는 쉴 새 없이 오갔다. 신규 공장 건립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곳도 눈에 띄었다.


“뉴스에서만 수출 좋지않다고 해
잘 알아보고 기사 써달라” 요청
매출익 감소세에 인건비 급상승
제조업 위기 요인 우려 목소리도



취재 도중 만난 성서산단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직원 A씨는 “뉴스에서 내수와 수출이 좋지 않다고 하고 제조업이 위기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체감되지 않는다. 매일 찍어내고 납품하는 물량은 비슷하다. 문 닫은 공장도 많다는데 그런 곳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이 주변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잘 알아보고 기사를 써달라”고 말했다.

기자가 성서산단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이날 2시간 동안 성서산단을 훑어본 결과 ‘지역산업의 위기’라는 예상과는 다소 차이가 났다. 조성사업이 마무리된 지 30년이 넘은 1차단지 쪽은 군데군데 폐공장이 보였지만 가동 중인 업체들이 훨씬 많았다. 노후된 작은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26일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올 2분기 성서단지 1차의 입주업체는 963곳이며, 이 중 가동업체는 831곳으로 집계됐다. 전대(재임대)는 130곳, 휴·폐업은 1곳, 미착공인 곳이 1곳이었다. 2차는 입주업체 1천79곳 중 가동업체는 967곳이며 나머지 112곳은 전대였다. 3차는 678곳 중 628곳이 가동 중이었다. 전대는 40곳, 건설 중인 곳은 10곳이었다. 4차는 52곳 중 51곳이 가동 중이고, 1곳은 건설 중이었다. 5차는 107곳 중 105곳이 가동 중이고, 건설 중인 곳이 1곳, 휴·폐업은 1곳이었다.

올 상반기 대구지역의 수출 실적도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대구경북 수출입 동향 보고서’를 보면 대구지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4% 증가한 40억6천만달러였다. 기타 철강금속제품(전년 대비 -16.3%)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수출량이 늘었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산업기계를 중심으로 2분기 연속 두 자릿수 플러스 성장을 나타냈다.

‘대구 최대 규모 산업단지’라는 타이틀이 붙은 성서산단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의 올 상반기 수출액은 5억3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6%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부진했던 차체와 기타 자동차부품 수출은 2분기 연속 성장했다. 제동장치와 클러치 수출량도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높았다. 같은 기간 산업기계 수출액은 4억3천만달러로 28.4%나 올랐다. 올 들어 전 품목 수출 호조를 보였으며 중국과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작기계와 금속공작기계부품의 수출도 지난해 4분기보다 큰 폭으로 늘었는데 화학기계는 무려 7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위기는 도사리고 있다. 매출 이익은 점차 떨어지는 데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은 인력난을 가중시킨다. 미중 무역분쟁이 수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4차 산업혁명도 전통제조업이 밀집한 성서산단의 위기요인 중 하나다.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지역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부가가치의 신산업으로 구조를 전환하고 새로운 산업단지의 활성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성서산단은 서울의 세운상가처럼 거의 모든 산업이 밀집해 있다. 국내 제조업이 위기라는 우려가 높은데, 아직까지는 성서산단에 큰 타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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