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풀뿌리’로 커가는 여성 정치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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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7   |  발행일 2018-07-17 제30면   |  수정 2018-07-17
지방의회 女의원이 28.2%
의장단에 대거 진출하기도
성공스토리 만들어낸다면
女風 잠잠한 단체장선거서
유리천장 없애고 도약 가능
[화요진단] ‘풀뿌리’로 커가는 여성 정치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풀뿌리민주주의 상징인 지방의회에 여성 진출이 크게 늘어난데 이어, 지방의회별로 의정 사상 최초로 여성 의장이 대거 배출됐다. 광역·기초단체 구분 없이 불고 있는 거센 ‘여풍’이 여전히 ‘슈퍼 남초(男超)’상황인 현실 정치 전반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선관위에 따르면 민선 7기 광역·기초의원 당선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비례대표와 교육의원을 포함한 전체 당선자 3천755명 중 여성 의원은 28.2%인 1천60명에 달한다. 지난 민선 6기 광역·기초의원 전체 당선자 3천692명 중 22.8%인 845명이 여성 의원인 것에 비해 215명이 늘었다.

이 중 대구 경북 여성 당선자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대구가 43명(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36명), 경북은 71명(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6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에 비해 대구는 4명, 경북은 무려 23명이 늘어난 수치다.

지방의회 의장 자리를 꿰차는 여성 의원도 전국적으로 속속 배출돼 그 수가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대구만 해도 제8대 대구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3선인 배지숙 의원이 꿰찼는데, 이는 과거 의장에 도전했던 여성의원들의 패배를 딛고 얻은 자리여서 의미가 더한다. 대구 기초의회에서 서구의회 한국당 조영순 의원이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의장직에 올랐다. 중구의회와 북구의회는 각각 권경숙 부의장과 신경희 부의장이 이름을 올렸다.

대구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경북에서도 여성의원들의 의장단 입성이 속출했다. 영덕군의회에서 한국당 김은희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고, 고령군의회는 한국당 소속 비례대표인 배효임 의원이 부의장에 올랐다. 군위군의회도 홍복순 의원을 부의장으로 뽑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17개 광역단체장 당선자는 전원 남자였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역대 광역단체장 113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 기초단체장도 비슷하다.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226명 중 남성 대 여성은 218명(96.5%) 대 8명(3.5%)이다. 대구·경북도 한명의 기초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여야 가리지 않고 단체장 공천에서는 여성을 기피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당의 공천 할당제 실시가 한국정치를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여성의 정치진입을 앞당기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의 한 인사는 “여성 정치인의 확대는 민주주의 발전의 청신호로 해석된다”며 “앞으로 정치권이 세계 선진국가 의회처럼 ‘남녀 동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당 책무 강화, 법 개정에 나서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일단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지방의회 ‘유리천장’의 균열이 확실히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정치 진입에 대한 유권자들의 저항감이 줄어 들었고, 여성의 적극적 참여로 풀뿌리정치와 생활정치가 정착돼 가는 것은 분명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번에 지방의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임기동안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낼 경우에는 다음 선거에서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으로까지 발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특히 대구에서는 민선 4기 초선으로 구청장을 시작해 3선 연임한 윤순영 전 중구청장이 걸출한 가시적 성과를 내고 퇴임한 것이 여성들이 차기단체장의 ‘문’을 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성 구청장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므로.

경쟁력을 갖춘 많은 젊은 여성이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언급한 ‘성공하려는 강한 의지’로 정치에 입문해 현재의 난장판 같은 정치판을 바꾸길 기대해 본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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