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체장의 임명권에도 간섭하는 정당 공천 폐해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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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6   |  발행일 2018-07-16 제31면   |  수정 2018-10-01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숙지지 않고 있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지역일꾼들을 공천권자인 지역구 국회의원과 중앙당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재단 상임이사(대표) 등 자치단체장이 공모를 거쳐 임명하는 자리에도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하는 등 부작용이 하나둘이 아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신이 행사한 공천 은혜를 이유로 자치단체장에게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면서 심하게 간섭해서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기대할 수 없다. 공모를 통한 공정한 경쟁도 이뤄지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초분야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국회의원과 중앙당이 자신들의 권한과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5%가 기초의원·기초단체장·광역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문 정당공천에 따른 각종 폐해와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국민이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오로지 자신들 권한과 영향력 유지를 위해 유권자인 국민의 바람을 무시하고 있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기초자치단체장에 당선된 이는 대구·경북에서 6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역 유력정당의 공천에서 배제되는 바람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엄태항 봉화군수의 경우는 다르다. 기초단체장 선거를 비롯한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이 필요없다는 소신을 지닌 그는 줄곧 무소속으로만 도전해 네 번이나 당선됐다.

한마디로 정당공천제는 지역 거점 정당의 선거운동과 세 확장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지방의원들이 정당에 얽매이면서 지방정책과 사업추진을 놓고 소속정당이 다른 지방의원과 갈등을 빚는 일도 잦다.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지방행정에 무슨 이념, 무슨 정당이 필요한가. 중앙 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유권자가 나설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단체행동에 들어가거나 2년 남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민의를 무시하고 권익만 추구하는 정당과 국회의원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하고서도 이를 지키지 않는 대통령 후보에 대해서도 엄정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국민을 물컹하게 보는 정치인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부작용과 폐해는 절대로 개선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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