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敗將家의 유산 싸움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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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6   |  발행일 2018-07-16 제30면   |  수정 2018-07-16
경제적 정치적 자산 놓칠까
갈라설 용기 없는 사람들이
막장 엽기극 펼치는 한국당
결별이 현실적 해법 아니면
봉합하는 마지막 지혜라도
[송국건정치칼럼] 敗將家의 유산 싸움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수습방안을 놓고 한달째 막장극·엽기극을 펼치고 있다. 비대위원장 하나 선임하는 데도 우왕좌왕하는 한심한 정당을 만들어 놓고 국민 앞에서 갖은 추태를 다 부린다. 홍준표 대표 시절에 ‘막말 때문에 보수의 품격이 떨어진다’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 쏟아내는 막말 실력은 홍 전 대표를 뺨친다. 과거의 친박 대 비박, 친홍 대 비홍 싸움처럼 전선이 단순하지도 않다. 각자의 정치적 욕심에 따라 서로를 물고뜯는 혼전이다. 자기들끼리 총질을 하는 사이 혹시나 하고 기다리던, 얼마 남지 않은 지지자들마저 돌아섰다. ‘한국갤럽’의 7월 둘째주 여론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10%에 그쳤다. 원내 112석 정당이 6석의 정의당과 동률이고, 더불어민주당(49%)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국당이 ‘텃밭’ ‘철웅성’이라고 불렀던 대구·경북에서도 19% 지지에 머물러 민주당(33%)에 한참 모자란다.

“한국당 사람들은 차라리 갈라서는 게 해법 아닌가?” 요즘 정치권 취재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대답한다. “해법이 안 된다. 절대 갈라서지 않을 거니까!” 한국당 사람들은 웰빙정치에 젖어 있다가 나락으로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황야로 나갈 용기조차 없다.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깨진 패장가(敗將家)이긴 해도 아직 먹고살 만한 울타리가 쳐진 곳이 한국당인 까닭이다. 우선 때만 되면 꼬박꼬박 들어오는 국고보조금(올 2분기 기준 34억4천108만원)을 포함해 넉넉한 돈이 당의 금고에 들어 있다. 당 몫으로 상임위원장 같은 국회직이라도 맡으면 영수증 없이 풍족하게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도 개인적으로 받는다.

또 ‘자유한국당’이란 간판이 지금은 너덜너덜하지만 다음 총선 때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안다. 명색이 공화당→민정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진 정통보수정당의 맥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과 서울의 강남 같은 보수성향이 짙은 유권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로선 일단은 붙잡아두고 싶은 간판인 셈이다. 섣불리 새집을 찾아 나섰다가 경쟁자가 당협위원장을 차지하고 앉으면 돌아갈 곳이 없게 된다. 여기다 ‘바른정당 학습효과’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에서 당을 떠나 바른정당으로 갔던 의원들이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당수가 원위치를 찾아갔다. 그들은 당에서 ‘복당파’로 분류되며 ‘잔류파’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정치계산기로 두들겨보는 데다 풍찬노숙할 생각도 없으니 서로 자기는 안 나가고 너가 나가라고만 하는 게 지금 한국당의 모습이다. 자기는 남아야 되고, 남은 나가야 되는 논리가 부족한 데다 명분도 약하니 무턱대고 우격다짐을 하게 된다. 이 정도 되면 갈라서는 게 원칙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데 현실성이 없으니 해법은 아니다. 혹 실제로 갈라서더라도 그건 한국당의 해법이지 한국정치의 해법도 아니다. 여기서 한국당이 또 여러 갈래로 나뉘면 여당 독주를 견제할 힘이 그만큼 분산된다. 그럴 바에야 지금의 갈등을 봉합하는 지혜라도 발휘해야 한다. 비대위원장이 선임되면 일단 모두 수긍하고 정파별로 전당대회에서의 당권경쟁 준비에 들어가면 된다. 누구 한 쪽이 나가지 않으면 어차피 표대결로 당권의 향방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정리과정을 거쳐서 21대 총선까지 남은 1년9개월 동안 패장가의 유산들이지만 잘만 관리하면 다시 번듯한 집을 지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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