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오너갑질을 없애는 방법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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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4   |  발행일 2018-07-14 제23면   |  수정 2018-10-01
20180714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강연을 하다가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가끔 던진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뭐죠?” 그러면 대답은 백이면 백,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라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도 물어보면 놀랍게도 같은 대답을 한다. 정답은 ‘독재’이다. 민주주의는 결정권을 국민 전체가 가지는 것이고 독재는 한사람이나 소수의 집단이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부와 자본을 어떻게 운용하고 나눌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민주주의를 자본주의와 동일시하고 독재를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는 기이한 사고프레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여기에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자신들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교육의 프레임을 교묘하게 비틀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자본주의는 자신이 가진 지분만큼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어떤 회사의 지분이 10%가 있다면 내가 표현한 의사는 딱 10%만큼만 인정이 된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쉽게 독재로 흐를 수도 있다. 누군가가 지분을 50% 넘게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독재가 가능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지분이 얼마 안 되더라도 독재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는 독재적 운영에 기반을 한다. 이런 이유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사태나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일어나게 되고, 안타깝게도 누군가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오너갑질’이라고 표현하며 질타를 한다. 그런데, 잠깐만! 이상하지 않은가? ‘오너(owner)’라니? 회사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공개를 했다면 한 사람 혹은 한 가족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회사를 공개해서 채권과 주식을 발행한다는 것은 여러 군데에서 투자금을 받는 대신에 개인 소유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자본주의적 개념을 적용하더라도 지분을 가진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어느 누구도 오너가 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누군가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쉽게 인정을 해준다. 그들은 하나같이 창업주의 아들이거나 손주들이므로, 공개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소유라고 착각하고 인정을 해준다.

이런 국민적 정서가 오히려 그들이 회사를 혹은 회사 사람들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암묵적 약속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더 나쁜 것은 그런 비양심적인 총수들 옆에서 그들의 권한을 계속 유지해주는 대가로 자신들의 기업 내 기득권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비호 아래 총수일가는 비열한 짓을 마음껏 일삼을 수 있게 된다. 기업 내 민주주의는 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눈에 띄지 않게 독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아무리 지배구조를 교묘히 비틀고 조정해서 한 사람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더라도, 그 사람이 그 회사의 주인은 아니다. 주인의 한 사람일 뿐이다.

소위 ‘오너갑질’을 없애고 싶다면 자본주의에 민주주의를 첨가하면 된다. 정치적으로 독재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지층이 넓은 정치집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핵심 집단’이 좁은지 넓은지에 따라 독재와 민주주의의 운명이 결정된다. 정치 집단은 자신의 핵심 집단에 지지에 대한 보상을 해주기 때문이다. ‘오너갑질’은 다수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소수의 핵심 집단에만 보상을 하면 되는 독재적 구조에서 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 기업에서 권력을 분산시키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아야 하므로 함부로 행동하기가 힘들어진다. 혹자는 기업에서는 빠른 결정이 필요하므로 권력분산이 기업의 생존에 불리하다고 변명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결정에 대한 책임과 인사에 있어서 수많은 주주뿐 아니라 노동조합과 같은 직원들이 주인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는다면 어느 누구도 갑질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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