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各自圖生(각자도생)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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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3   |  발행일 2018-07-13 제23면   |  수정 2018-07-13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영남권 보수의 텃밭으로 꼽히던 구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구미는 단체장 선거가 도입된 1995년 이후 23년 만에 대구·경북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의 구미시장을 배출했다. 이번 선거에서 구미시의원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 후보 7명 모두 당선되는 이변도 일으켰다. 민주당은 구미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43.33%의 득표율로 자유한국당(41.26%)을 2.07%포인트 차이로 제쳐 2명을 등원시켰다.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등원은 1명이다. 정원이 23명인 제8대 구미시의회는 자유한국당 12명(52.18%), 민주당 9명(39.14%), 바른미래당 1명(4.34%), 무소속 1명(4.34%)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구미의 선거 역사를 새로 썼다고 우쭐대던 민주당은 지난 2·4일 열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모두 참패했다. 의장과 부의장은 물론 3개 상임위원장과 부위원장까지 모두 자유한국당에 넘겨줬다. 구미시의회의 원구성은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를 배분하는 국회와 곧바로 비교가 된다. 지난 10일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마친 18개 상임위는 민주당 8곳, 한국당 7곳, 바른미래당 2곳,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1곳씩 나눠 배분했다. 정원이 300명인 국회의원 의석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 130석(43.33%), 자유한국당 114석(38%), 바른미래당 30석(10%),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14석(4.67%), 무소속과 비교섭단체 각 6석(1.39%)에 공평하게 배분한 것이다. 구미시의회가 눈을 부릅뜨고 바라봐야 할 대목이다.

이번 원구성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내부적으로는 결속력 문제, 겉으로는 표 대결에 밀린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협치(協治)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정치의 기본으로 손꼽히는 협치가 아니라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선택했던 것이다. 정치에서 협치는 여당과 야당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하여 주요 현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통한다. 민주당이 앙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을 것은 얻어내는 협치의 정치력을 발휘했다면 자유한국당의 원구성 싹쓸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민주당 구미시의원들의 각자도생은 장세용 구미시장에게도 분명 보이지 않는 큰 걸림돌이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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