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13억 인도의 재발견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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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2   |  발행일 2018-07-12 제31면   |  수정 2018-07-12

고대 인도를 흔히 천축국(天竺國)이라 부른다. 하늘의 불국, 즉 부처님의 성지란 뜻이다. 우리에게는 가야 김수로왕의 비 허황옥이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것으로 전해져 친숙하게 느껴지는 나라다. 인도는 신라 혜초 스님이 불교성지를 순례하고 남긴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진흥왕이 인도 아육왕(阿育王·아쇼카왕)이 배로 실어 보낸 황철 5만7천근과 황금 3만푼으로 황룡사 장육상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고대 인도와 우리나라의 교류 흔적은 언어에도 남아 있다. 특히 인도 남부에서 공용어로 사용하는 타밀어와 한글에는 닮은 점이 많다. 예를 들면 한국어 ‘나’는 타밀어로 ‘난’, ‘너’는 ‘니’, ‘강’은 ‘강가’다. 우리말 ‘궁둥이’는 타밀어로 ‘군디’이고, ‘엄마’는 ‘음마’, ‘이리 와’는 ‘잉게 와’로 발음된다. 아빠·풀·님·마디 등도 뜻과 발음이 똑같다. 학자들은 한국어와 타밀어 어휘 가운데 400~500개가 발음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문장이 주어-목적어-서술어 구조를 가지고 있고 존칭어가 있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학계에서는 언어의 유사성을 그 옛날 가야와 인도 남부의 교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추정한다.

2천년 전에 이미 문화 교류가 있었던 한국과 인도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으로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10일 정상회담을 갖고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현재 2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하는 등 17개 항의 비전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또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 허황후 기념공원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문 대통령이 신(新)남방정책의 거점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블루오션이다. 13억5천만명이 사는 세계 2위 인구대국이며, 국민의 65%가 35세 미만인 젊은 나라다. 구매력 기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데다 200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7~8%에 달한다. 하지만 인도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15%를 넘는 중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 수도 일본의 1천800개에 한참 못 미치는 400여개에 불과해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도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G2를 대신할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늦기 전에 대구시·경북도와 지역기업도 황금시장 인도를 선점할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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