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 이영란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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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2   |  발행일 2018-07-12 제27면   |  수정 2018-07-12
“정직·신용·사회적책임 다하는 ‘유일한 정신’ 근간 둔 경영”

대구 출신인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는 CEO 4년 차를 맞아 ‘유일한 정신’에 가장 근접한 경영을 위해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있다.

‘유일한 정신’은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제대로 실천했던 인물로 꼽히는 고(故) 유일한 박사(1895~1971)가 일평생 지녔던 ‘청지기’ 역할로서의 기업인 자세를 근간으로 한다.

평양에서 태어난 유 박사는 상인이었던 아버지 유기연씨와 어머니 김씨의 9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당시 9세의 어린 나이에 도미해 학비를 벌며 힘겹게 학업을 마치고 전자회사 사원을 잠시 거쳐 1922년 숙주나물 취급회사인 라초이식품 주식회사를 설립, 3년 동안 50여만달러라는 큰 수익을 올렸다. 그 수익을 들고 1926년 12월 일본의 압제에 시달리는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건강한 국민, 병들지 아니한 국민만이 주권을 누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좋은 제품을 생산해 국민의 건강에 기여한다’는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창업해 회사를 키웠으며, 후손에게 물리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그야말로 ‘주인 없는 회사’로 사회에 기여하게 했다.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는 삶의 롤모델
전재산 기증할 정도로 남다른 철학 실천
취임사에서 ‘직원 행복한 회사’ 약속
박사학위 지원 등 직원 교육 적극 투자
행복경영 위한 두번째 바탕 ‘R&D 강화’
지난 3년간 신약 등 신성장 동력 기반 다져
향후 3년간은 뿌린 씨앗 열매 맺도록 노력
성장 가능성 큰 제약산업 구심점 역할할 것


20180712

이정희 대표는 2015년 유한양행의 21대 전문경영인에 취임해 4년차를 보내고 있으며, 회사를 운영하면서 늘 ‘유일한 박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자문을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사장 취임 후 ‘도전’을 앞세워 혁신신약 개발을 독려하는 한편, 임직원들의 교육에 열을 열리고 있다. 그것이 기업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동시에 직원과 그 가족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담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일한 정신이 근간으로 한 이른바 이정희표 ‘행복 경영’이다. 이 대표는 유한양행에 입사해 말단 사원에서부터 시작해 CEO 자리에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인물이어서 회사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은 한층 커 보인다.

경북중, 대구공고, 영남대 졸업 등에서 느껴지듯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굴곡 많은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고교시절 공부를 손 놓고 지냈다”면서 “그러나 그 시절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독서는 인생에 가장 큰 힘이다. 특히 방황하던 고교시절에 접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내 스스로 주인 될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말씀은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올해 2월부터는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나 IT·반도체에 비해 미래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제약산업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며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큰 제약산업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는 최근 서울 노량진에 있는 유한양행 본사에 진행됐다.

▶유한양행 대표 3년 임기의 재임에 성공한 지 100일이 됐다. 주안점을 둔 경영 포인트가 있다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 살자는 거였다. 다른 회사와 달리 우리 회사 직원들은 옆길로 나가려야 나갈 수가 없다. ‘유일한 정신’이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운영도 ‘유일한 사상’에 바탕을 두고 한다. 대표로 있으면서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5년 4월 취임사에서 임기 동안 무엇보다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유한양행은 업계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 2조원 시대를 향하고 있다. 이제는 규모의 경제를 넘어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또 다른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직원들에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행복하다는 건 몇 가지로 볼 수 있지 않나. 우선의 처우라든지 복지라든지 그런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터전을 좀 더 반듯하게 미래 지향적인 곳으로 바꾸고 떠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첫째가 회사의 R&D 역량을 키우는 것인가.

“아니다. 교육이다. 정신적인 교육은 유일한 정신으로 됐고, 다른 곳과 비교해서 못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워낙 사회가 복잡다단해졌지 않나. 그동안 시대에 맞게 인재를 키워나가는 노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교육을 정말 많이 시킨다.

예를 들면 석사학위 있는 연구원은 회사에서 좀 더 지원해줘 박사학위를 받도록 한다든지, 경영관리 쪽에서는 MBA교육도 시키고 있다. 다른 사원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시스템화 된다면 앞서가는 회사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이것도 ‘유일한 정신’과 맞닿아 있다. ‘유일한 정신’에는 정직과 성실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교육을 통해서만이 우리 국민들이 깨어날 수 있다고 해서 일제시대 때부터 교육에 많이 지원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신약개발도 강화됐다고 들었다.

“행복경영을 위한 바탕의 둘째가 R&D 강화다. 우리 회사가 기반기술 이런 것들을 많이 갖고 있질 못했다. 지난 3년간 유한양행은 글로벌 신약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폐암치료 신약물질 YH25448을 비롯해 파이프라인 확대 및 연구개발 역량을 높여 왔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오리진’ 론칭, 뷰티 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 설립과 베이비 스파 브랜드 ‘리틀마마’ 론칭 등 신규사업을 통한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기반 역시 충실히 준비해 왔다. 지난 3년 동안 이러한 씨앗을 뿌려왔다면, 향후 3년간은 열매를 맺도록 정착 확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유일한 정신’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에 앞서 유한양행이 어떻게 설립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유한양행은 지배구조상 개인 소유 기업이 아닌 공익기업에 가깝다. 최대주주는 유한재단(공익재단)과 유한학원(교육사업) 등이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께서 생전에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라는 신념으로, 돌아가시며 전 재산을 공익법인에 기증하실 정도로 남다른 경영철학과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신 덕분이다. 유일한 박사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이기도 하다. 정직과 신용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도 혁신적 경영을 펼쳐간 기업인이다. 특히 당신의 어록을 보면 창업주인 그는 스스로 관리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청지기 정신이다. 모든 게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시는 첫째가 국가, 그다음이 사회였다. 그분은 나의 롤모델이자 영원한 삶의 멘토이다.”

▶‘유일한 정신’이 강조되고 있는데 독자적인 경영리더십이 있다면.

“간단하다. 우선 모든 일을 결정할 때 다 오픈한다. 인사, 사업계획 수립 등 비밀이 없다. 또 불필요한 현금 사용을 2년 전에 다 없앴다. 예를 들어 대표이사부터 후원금, 축의금 등을 모두 급여에서 지출한다. 대표이사가 모든 면에서 청렴하다는 사실을 구성원이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어떤 곳인가.

“1945년 설립한 조선약품공업협회를 모태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190여 기업의 협력단체이다. 최근 제약·바이오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제약업계가 좀 더 노력해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산업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들었다. 요즘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 젊은이들이 방황을 많이 하고 있다. 조언을 한다면.

“책 속에 답이 있다.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 선배들과의 대화에 초청돼 영남대에서 후배들에게 책하고 친해지면 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내가 방황하던 고교시절 때 정신 차린 게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 중에서 ‘스스로 주인이 될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글귀 덕분이다. 내 인생에서 누구를 탓할 시간이 없다. ‘내가 적응해 나가야지, 왜 좌고우면을 하나’라는 자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들의 이야기는 뒷전으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 젊은이들 힘든 것 맞다. 그렇게 어려운데 젊은이들을 각자의 위치에서 이용하는 측면이 많다. 지금만 어려운 게 아니라 옛날에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심지어 돈을 얼마 준다 하는데 요즘 기성세대의 언행에는 젊은 사람을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것도 많다. 어른들의 말보다는 논어, 맹자를 쉽게 풀어 쓴 책이 많으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담=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이정희 대표= △1951년 대구 출생 △영남대 영문학과 졸업, 서울대 AMP(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유한양행 입사(1978년) 이후 중부지점장·병원영업부 이사·유통사업부·마케팅 홍보담당 상무·경영관리 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침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2015년 3월~ ) △제13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2018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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