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자유한국당이 사는 길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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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1   |  발행일 2018-07-11 제31면   |  수정 2018-10-01
20180711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심각하다. ‘홍준표 대표의 사퇴, 김성태 권한대행에 의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그리고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으로 6·13 참패의 충격을 극복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 비대위 구성도 하지 못한 채 격랑에 휩쓸려 떠다니고 있다.

한국당 내홍의 직접적 원인은 선거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의 독단적이고 파행적인 당 운영에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탄핵’이 도사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탄핵 반대파와 탄핵 찬성파 간의 대립구도가 한국당, 바른미래당 대결구도를 거쳐 한국당 내 복당파와 적통파 간의 대결구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을 벌여놓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재개된 정치가 온전할 리 없다. 탄핵의 후유증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물론 탄핵이 필요하고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여론재판에 함몰돼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었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보수우파와 한국당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정치인들의 자기고백은 꼭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정치적으로 엄중하게 져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과 헌정 중단 위기, 그리고 5·9 대선, 6·13 지방선거의 연이은 참패와 보수의 괴멸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 있는 고백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조만간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듯하다. 당을 혁신하는 비대위라는 뜻인데 과연 이번에 출범할 비대위가 당을 제대로 혁신할 수 있을까?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당 혁신이 인적 혁신으로 이어져 국민들이 당 혁신을 피부로 체감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면 당 혁신에 성공했다고 하기 어려운데, 지금 시점은 선거가 너무 멀리 있어 공천을 통한 인적 교체를 대중적으로 느끼게 하기가 불가능하다. 성공한 비대위로 평가받는 2012년 한국당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모두 총선거를 앞두고 출범했고 공천권 행사를 통해 인적 혁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한국당 비대위는 총선이 21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출범하므로 아무리 당 혁신 작업을 총선 공천과 연계하겠다고 큰소리쳐도 그걸 믿을 국민은 없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고사하는 이유도, 또 대다수 국민이 이번 비대위가 당 혁신을 제대로 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둘째, 한국당에 확실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혁신은 낡은 기득권을 쳐내는 것이므로 기득권의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 저항을 외부 인사들이 주도하는 비대위원회가 막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혁신비대위의 혁신을 뒷받침할 당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문재인 같은 유력한 대권주자의 존재는 비대위가 당 혁신을 추진하다 저항에 부닥쳤을 때 뚫고 나갈 가장 강력한 힘이다. 바로 이 힘이 지금의 한국당에는 없다.

그럼에도 당을 혁신하고 무너진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되는 엄중한 정치적 과제를 일차적으로 감당해야 할 정치세력은 한국당 지도부다. 조기 전대를 통해 구성될 당 지도부건, 과도기적 당 지도부인 비대위건 당 혁신과 보수통합의 숙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공천권 행사를 통한 인적 혁신도 불가능하고 강력한 대권주자의 후원도 없는 상황에서 당 혁신과 보수통합을 이루어 내려면 보수우파 국민들의 지지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비대위원 국민공모 같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보수우파 국민을 당 혁신의 주체로, 보수통합의 주인으로 세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이 외부인사·외부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당이 외부인사·외부세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탄핵에 대한 정치적 고백과 행동은 이를 위한 출발이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은 여기에서도 적확하게 들어맞는 명제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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