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고무신에서 불법 댓글까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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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4   |  발행일 2018-05-24 제30면   |  수정 2018-05-24
선거는 고공전이 판가름
선거판에선 오래전부터
다른 드루킹 소문이 파다
정당·선거관리위원회는
새로운 불법을 실감 못해
[차명진의 정치풍경] 고무신에서 불법 댓글까지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의 인터넷 블로거가 법을 얼마나 위반했고 그와 정치세력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는 장차 있을 특검수사에서 밝혀질 일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의 불법 활동이 기상천외의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이 진화를 거듭한 결과라는 점입니다.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 회원들의 이름을 차용해서 가상의 인터넷 이용자 수천 명을 만들었습니다. 또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발명해 한 명의 이용자가 휴대폰을 통해 수천 번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조작하였습니다. 그의 일당은 단 몇 명이 움직여서 포털에 올라온 특정 언론 기사가 마음에 들면 수백만 번의 ‘좋아요’ 댓글을 달아 화면 맨 상단에 위치하도록 조작하였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가 올라오면 정반대의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인터넷 여론을 조작해 선거운동에 불법으로 개입한 사건은 드루킹이 최초가 아닙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그 책임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러시아 정보기관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캠프가 이 사실을 알고 결합했다는 의심을 받아 뮬러 특검이 가동 중입니다.

과거 선거에는 조직이 한 몫을 했습니다. 종친회, 동호회, 통반장 모임 등을 통해 고무신이나 돈봉투가 내려가는 일이 선거운동의 기본이었습니다. 후보가 해야 하는 일은 자금을 조달하고 가끔 가다가 연설회를 개최해 기름이 말단까지 제대로 흘러내려갔는가를 점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선거전의 승패는 지상전이 아니라 고공전에서 판가름이 납니다. 불법행위도 고공전으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선거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또 다른 드루킹에 대한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러나 정당조직이나 이를 감시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아직도 새로운 선거양상과 새로운 불법 활동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틈을 타서 소수의 지능적 범죄자들이 엄청난 불법을 행하고 있습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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