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 기대와 달리 손님 없고 매출 부진해 손님목걸이 훔쳐 메운? 40대 미용사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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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4   |  발행일 2018-05-24 제10면   |  수정 2018-05-24

[구미] 2016년 구미 사곡동에 미용실을 연 A씨(여·48). 그때만 해도 열심히 하다보면 입소문이 나고 단골 고객도 생길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미용실을 찾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매출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나쁜 마음을 먹게 됐다. 손님의 귀중품을 슬쩍하겠다는….

지난해 6월 A씨는 손님의 머리카락을 커트해준 뒤 목에 감겨 있던 수건을 풀면서 금목걸이를 몰래 빼냈다. 그는 손님이 눈치채지 못하게 정면에 있는 거울을 피해 TV 쪽으로 의자를 돌린 뒤 범행을 저질렀다. 며칠 뒤 고객이 황급히 찾아와 “금목걸이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물었지만 그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미용실 안에 CCTV가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손님 입장에선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었던 것. 그때부터 질이 났다. A씨는 손님 머리카락 손질을 하다가 값비싼 목걸이가 보이면 똑같은 수법으로 훔쳤다. 범행 대상도 주부·직장인 등 다양했다. 나이나 성별도 가리지 않았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멈출 줄 모르던 그의 범행은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말 해당 미용실에 갔다가 목걸이를 잃어버린 20대 여성 B씨가 구미지역 인터넷 카페에 고발성 글을 올린 것. 당시 B씨는 “잠시 뒷머리 손질하려고 갔다가 아끼던 순금 목걸이를 뜯겼다. 머리 손질 마무리할 때 TV를 보여달란 말도 안했는데 의자를 휙 돌려서 보여줬다. 목걸이 훔치는 모습을 거울에 안비치게 하려는 수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거가 없던 B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며칠 뒤 또 다른 카페 이용자 C씨가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경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탐문 수사를 통해 그동안의 피해자를 상대로 진술을 확보한 구미경찰서 강력2팀은 지난 18일 오후 미용실 업주 A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9차례에 걸쳐 손님의 귀금속(1천400만원 상당)을 절취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손님들로부터 훔친 목걸이를 인근 금은방에 팔아 생활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훔친 목걸이들은 적게는 70여만원에서 많게는 400여만원에 달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손님도 없는 등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20일 상습절도 협의로 구속됐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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