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치솟은 국제유가 여파…소비자·생산자물가 ‘들썩’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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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3 07:47  |  수정 2018-05-23 07:47  |  발행일 2018-05-23 제17면
20180523

텍사스·브렌트유 등 최고치기록
韓 물가 시차 두고 반영 가능성
4월 생산자물가 작년比 1.6%↑
소비자물가도 한달새 오름세 전환
자동차업계 등 원가상승 불가피

국제유가가 수개월째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여파를 몰고오고 있다. 생산, 소비 모두 차츰 얼어붙는 ‘고물가 저성장’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1.28달러에,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78.5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17일 한때 80.50달러까지 오르는 등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는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파기에 따른 중동지역의 불안감이 커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산유국의 감산 합의 연장, 정정 불안을 겪는 베네수엘라의 감산 등의 영향으로 원유 공급에 지속적인 차질이 우려되면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 탓에,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물가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4.13으로 전월대비 0.1%, 전년동월대비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서비스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0.5%에서 2월 0.4%, 3월 0% 등으로 매달 줄어들다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섰다. 석탄 및 석유제품(3.1%)을 비롯해 음식료품(0.1%), 음식점 및 숙박(0.4%), 전력·가스·수도(0.1%)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3월에는 유가가 보합세였으나 4월 8.8% 오르면서 생산자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생산자물가지수가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1%, 전년동월대비 1.6% 올랐다. 한달 새 농축수산물(0.5%)과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0.4%), 공공서비스(0.4%) 등 대부분의 품목이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대구의 소비자물가지수도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급격히 늘고 있는 소비자 물가 부담이 유가 상승으로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산업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국제유가 상승세에 긴장하는 눈치다. 특히 유가에 민감한 자동차업계는 휘발유·경유 차량 수요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업계도 이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유류비 증가로 인해 중대형 차급의 수요가 줄고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더해질 것”이라며 “아직은 눈에 띌 만한 영향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의 한국 경제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시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약화로 0.81%의 소비 하락 효과와 기업의 매출 감소, 원가 상승 등으로 7.56%의 투자 하락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자동차, 전자 등 산업분야에 원가 상승 압력이 최대 0.4% 더해지는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원가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은 소비와 투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경제성장률 및 국민소득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석유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 구조를 보유한 국내 경제의 특성상 장기적인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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