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어머니·제 딸까지 동문이에요”

  • 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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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3   |  발행일 2018-05-23 제14면   |  수정 2018-05-23
유주영씨 4대 신명고 동문 화제
동창회, 가족에게 감사패 전해
“외할머니·어머니·제 딸까지 동문이에요”
모계 4대가 모두 신명고 출신이거나 재학 중인 유주영씨·최하경양이 신명고 동창회가 특별히 마련한 감사패를 앞에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복규 동창회장, 유씨, 최양, 박문자 동창회 고문.

“외할머니는 1920년에 졸업한 신명여고 8회 선배님이세요. 1919년 3월8일 대구독립만세운동에도 참가하셨죠. 어머니는 신명여고 42회 선배고요, 저는 77회 졸업생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딸도 같은 학교 후배로 재학 중이라는 겁니다.”

최근 대구 신명고에서 만난 유주영씨(47)는 모계 4대가 고교 동문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유씨를 포함해 유씨의 외할머니 고(故) 강태덕씨, 어머니 박송자씨(82), 그리고 딸 최하경양(3년)까지 모두 같은 고교 출신이거나 재학 중이다.

유씨는 “어릴 때 외할머니와 엄마가 여고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그럴 때면 두 분 모두 참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자라면 꼭 이 학교에 가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교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마음 먹은 대로 학교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음에도 유씨 자신은 물론 딸까지 모두 신명학교로 배정 받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는 “여고 시절을 생각하면 즐거웠던 기억이 많다. 꿈을 꾸게 해주었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며 “딸이 기적 같이 신명학교로 배정을 받아 정말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하경양도 “학교 역사관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만나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신명고 동창회는 지난 행사때 이 가정에 4대 동문 감사패를 전달했다. 유씨는 “엄마가 편찮으셔서 참석하지 못해 제가 대신 받았지만 무척 기뻐하셨다. 당신이 가지고 계시다 물려주시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졸업 후 모교에서 후배교육을 하다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박문자 동창회 고문은 “그동안 다섯 자매가 모두 동문이거나 외할머니·엄마·딸, 시어머니·며느리·손녀로 이어지는 3대 동문은 아홉 가정이 있었지만 4대가 동문인 집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전통이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들려줬다.

이는 학교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장용원 신명고 교장은 “이들은 4대에 걸친 열렬한 신명 팬클럽 가족이다. 가족 모습 속에 110년 신명의 과거·현재·미래가 녹아 있는 것 같아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복규 동창회장은 “일제 강점기 대구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여학교인 모교의 선배들이 대구 3·8만세운동에 참가하고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섰다”며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독립유공자 후손 동문 찾기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신명가족 걷기대회를 앞산 자락길에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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