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청년창업사관학교와 평양과학기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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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2   |  발행일 2018-05-22 제23면   |  수정 2018-05-22
[CEO 칼럼] 청년창업사관학교와 평양과학기술대학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지난 4월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 핵 폐기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제재 완화, 경제 보상, 체제 보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정부 차원의 원조보다는 민간 투자를 허용하여 대규모 에너지망 건설, 농업 투자,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언급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북한판 뉴 마셜플랜’이라 언급하며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 정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경제지원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신북방정책’ 로드맵에도 대규모 경협 내용이 포함되는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북한 창업 지원 계획이다. 지난 4일 중진공 이상직 이사장은 매일경제 인터뷰를 통해 “평양에 비즈니스 인큐베이터(BI)를 세워 중소벤처기업의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 및 청년들에게 새로운 생산시설과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기사를 읽은 필자는 이상직 이사장에게 면담을 신청하여 중진공이 국내 5개 권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평양 BI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북한에도 증설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진공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창업·마케팅·경영 교육, 1 대 1 코칭, 자금 및 R&D 연계 등 청년들의 창업 준비부터 성장 지원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1년 설치하여 1천900여명의 청년 CEO를 배출하였고, 이들을 여러 방면에서 후속 지원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업인데, 이것을 북한 청년을 대상으로 시행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 결국 필요한 것은 파트너, 즉 사람일 것이다.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필자는 북한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국제화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평양과기대)’의 우수한 인재집단을 중진공의 북한 진출 파트너로 활용하여 남북 산학협력사업에 박차를 가해 줄 것을 제안한 것이다. 평양과기대는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양국 정부 승인 하에 한국 민간단체(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가 지원해서 세운 북한 내 최초의 국제사립대학(2009년 개교)이다. 한국의 교육시스템과 북한의 지식인과 청년들, 그리고 외국인 교수와의 조합을 통해 북한 사회의 국제화를 견인할 수 있는 인재를 교육하며, 실질적으로 북한의 지식산업·경제기술을 뒷받침하는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중진공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접속하여 남북경협에 필요한 미래지향적인 창업 인력을 양산할 수 있다면, 이는 곧 앞으로 북한에 진출할 투자기업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북한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에 획기적인 맞춤형 창업 지원책이 될 것이다.

마침 진리췬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총재는 최근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면담하고 “북한은 AIIB 회원국은 아니지만, 비핵화가 진전될 경우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AIIB, ADB, WB 등 국제개발은행의 자금으로 북한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비핵화 문제가 해소되는 과정에 북한의 실질적 개방과 함께 미국의 ‘북한판 뉴 마셜플랜’이 실행에 옮겨지고 거기에 중국이 관할하는 AIIB 자금이 북한 인프라 개발에 공동투자된다고 가정해 본다면, 국제금융·경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무적으로 뛰어난 매체역할을 할 중견 간부인력으로 평양과기대 졸업생을 활용하는 방안은 남북경제공동체와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관건이 되지 않겠는가 싶다.

‘결국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남북교류와 북방경제협력의 새로운 문을 열어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의 하나로, 지속적인 우수한 인재 양성과 공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소벤처기업의 북한 진출을 위한 중진공의 ‘BI 프로젝트’와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증설을 적극 응원한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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