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That’s a really good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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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2   |  발행일 2018-05-22 제22면   |  수정 2018-05-22
취업절벽 앞 좌절하는 청년
한 차원 높은 취업지원 필요
방향성과 실행 방안을 잡게
교수들은 수업 계획안을
싹 뒤집는 용단이 필요하다
[3040칼럼] “That’s a really good question.”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미국에서 교수 임용을 받은 뒤 첫 강의였다. 처음이라는 설렘을 안고, 여느 교수의 첫 수업처럼 자기 소개로 시작을 했다. 비교적 내공이 쌓인 junior(3학년) 전공 수업이라 긴장됐다. 수업 목표, 내용, 과제 등 수업계획을 설명하고 대과없이 데뷔전을 잘 치렀다는 안도와 함께, “질문 있나요”라는 사실상의 마무리 인사를 했다.

수업을 마무리하려는 찰나에 미식축구선수 특기생으로 입학했는데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한 남학생이 “이 수업은 내가 앞으로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That’s a really good question(정말 좋은 질문이네요)”이라고 답하면서 대답할 시간을 좀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느새 내 머릿속은 하얘졌고 냉방이 잘 되는 교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에선 땀이 났다. 그 학생의 질문 덕분에 이후 두 번의 수업시간 동안 나를 비롯한 구성원 전원이 ‘취업에 도움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토론하게 됐고,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반영해 강의계획안(syllabus)을 싹 뒤집었다.

사실 당시에는 강의실에서 수업만 잘 하면 되지,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수적으로 시간이 드는 건 기본이고 담당자들과 접촉하는 수고는 덤이었다. 이 때문에 처음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그 학기를 마친 뒤,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수업(best class ever)’이라는 강의 평가나 유관기관 취업 후 받은 감사 인사는 교수의 역할이 교육자를 넘어 ‘취업 컨설턴트’로 확장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고민을 안겨줬다.

일본 정부는 며칠 전 올해 일본 대학을 졸업한 ‘대졸자 취업률’이 98%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취업을 희망하는 졸업생들 가운데 실제로 취업에 성공한 비율을 나타내는 거라, 사실상 전원 취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취업률이 높은 이유로 ‘대학의 취업 지원 노력’과 ‘경기 회복’을 꼽았다.

‘대학의 취업 지원 노력’이 높은 취업률의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 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이전 어떤 세대보다 뛰어난 스펙을 갖고 있음에도 취업 절벽 앞에서 좌절하는 우리 대학생들의 눈물을 생각해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대, 연·고대 등 입학 문턱이 높은 대학들마저도 실제 취업률이 50% 안팎에 머무는 대한민국의 취업시장을 감안하면, 한 차원 강화된 취업 지원을 위해 강의계획안을 싹 뒤집을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의 대학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양적으로는 크게 발전했다. 교수들의 연구활동과 대외활동이 활발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휴강을 했을 때는 대부분 보강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양적 발전만큼 질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짚어볼 일이다. 교수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크게 연구자와 교육자로 나뉜다. 연구활동이 교수에게 가져다주는 사회적 명성 혹은 학문적 지위에 비해, 학생들을 돌보면서 얻게 되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느껴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놓지는 않았는지 교수 스스로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미국에서의 첫 수업 때 진땀을 흘리게 했던 그 학생은, 취업이 확정된 직후 그 수업 당시 제출한 과제물, 포트폴리오, 그리고 내 이름을 ‘해시태그’ 했다. 취업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방향성’과 ‘실행 방안’ 등을 잡아준 것에 대한 감사였을 것이다. 학생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생활사건(life event)’ 중 하나인 ‘취업’을 앞두고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했을 뿐인데, 새로운 차원의 감동을 느끼게 해 준 그 학생이 너무 고맙다.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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