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교사들을 공포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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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1 08:14  |  수정 2018-05-21 11:20  |  발행일 2018-05-21 제15면
‘휴게소 학생 보호 조치 미흡
사건’에 관한 우려와 제안
20180521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나는 작년 7월 교육전문지에 같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오늘 다시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일은 작년 5월 대구 어느 초등학교 6학년들이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일어난 사건이다. 근현대사를 더 실감나게 배우기 위해 이 먼 곳까지 겨우 하루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예약된 시간에 맞추어 가야하는 압박이 있었다. 졸업앨범을 찍기 위해 앨범회사 사진사들도 따라 갔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배가 아팠지만 약을 먹으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참여시켰다. 버스에서 아이가 불편해 하자 담임은 두통이나 생리통 정도라고 여기고 처치를 했다. 아이는 계속 참을 수 있다고 말해서 중간 휴게소를 지나쳤고, 버스기사는 도로교통법 때문에 고속도로 갓길에도 세우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버스에서 실례를 하게 되었다. 담임은 문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 아이들과 평생 오늘 일에 대해 말하지 말자고 약속을 했다. 휴게소에 도착해서 뒷마무리를 하고 교사들과 의논을 했다. 담임의 선택은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알았지만 수학여행에 계속 참여하는 것이 아이가 이 엄청난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아이와 의논을 했다. 아이가 속마음을 다 표현했거나 교사가 알아차렸다면 다른 선택을 했겠지만, 아이는 교사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아이는 엄마와 통화를 했고, 엄마는 아이의 속마음을 듣고 담임에게 아이를 휴게소에 내려두면 자신이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다. 버스는 이미 휴게소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담임교사의 순간적인 결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바로 이 순간이었을 것이다. 수학여행이지만 관리자인 교감은 두 건의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해서 가지 않았고, 보건교사도 동행하지 않았다. 교과전담 교사가 동승했지만 신규 남교사여서 아이가 얼마나 부끄러워할까 싶어 그러지 않았다. 담임이 내렸다면 좋았을 것이지만 담임은 교감도 없는 여행단의 총책임자인 학년부장이었다. 아이도 괜찮다고 했고, 아이 엄마도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급하게 휴게소 관리소에 가 있으라고 말하고 출발해버렸다. 담임은 수시로 아이와 통화를 하면서 아이를 달랬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본 엄마는 아이 걱정에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는 6학년이었지만 생면부지의 휴게소에서 위축된 마음 상태로 한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을 CCTV로 보고는 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모는 급하게 아이를 데리고 돌아와서 교육자인 친인척들과 의논을 했고, 학교에 항의해서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교장은 급하게 교육청에 보고를 하고 지시대로 교감에게 아동보호기관에 부모보다 먼저 즉시 신고를 하도록 했다. 이 대목에서 교육청과 학교는 관료주의와 매뉴얼만 작동했을 것이고, 정년퇴임을 몇 달 앞둔 학교장은 연속으로 일어난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담임은 학부모를 찾아가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소문은 며칠 뒤 교육청의 입으로 온 학교로 퍼져나갔고, 한 언론사 기자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게 되고, 교육청은 직위해제를 먼저 했지만 소청심사로 다시 교단에 서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며칠 전, 교사는 1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아동복지법에서 형이 확정되면 교사는 10년 동안 아동 관련 일을 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당연 퇴직이 된다. 이 뉴스를 본 전국의 초등 교사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나다. 당장 청와대 국민 청원에 네 가지의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뼈아픈 것은 체험학습을 폐지하라는 것이다. 교사들은 얼마 전 스승의 날을 폐지하라는 청원을 할 만큼 사기가 바닥인데 이 판결이 난 것이다.

지면이 부족하지만 나는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이 판결을 안다면 또다시 더 큰 상처를 받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 아이를 돌보아야 한다. 어떤 분의 지적처럼 교사들에게 의사들처럼 ‘방어교육’이 극대화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가게 될까 걱정이다. 교육계뿐 아니라 국가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동복지법으로 인한 교사들의 징계 양정을 교사 잘못의 경중에 따라 처벌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할 수 있다. 교육에서 절실한 것은 처벌도 필요하지만 회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제발 학교를 살려 달라.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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