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탱화엔 인간 삶의 과거·현재·미래가 있어”

  • 김수영 이지용
  • |
  • 입력 2018-05-19   |  발행일 2018-05-19 제21면   |  수정 2018-05-19
미술학박사 김남희씨 석가탄신일 앞두고 ‘조선시대 감로탱화’ 펴내
20180519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불교회화 관련 서적 ‘조선시대 감로탱화- 감로탱화에 나타난 시간성과 공간성’을 펴낸 김남희 미술학박사.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책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듯합니다.”

석가탄신일(5월22일)을 앞두고 ‘조선시대 감로탱화- 감로탱화에 나타난 시간성과 공간성’(계명대 출판부)을 펴낸 김남희씨(미술학박사)는 “감로탱화는 미술작품으로서의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은 물론 인간 삶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림 하나에 압축해 놓아 삶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감로탱화는 죽은 자가 지옥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할 것을 빌기 위해 만든 조선시대의 불교회화다. 16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많이 그려졌던 그림이다.

“조선시대는 억불숭유로 불교가 약화되었으나 조선 중기에 접어들면서 전쟁, 지진 등의 재난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많고 서민의 삶마저 피폐해지자 불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서민들 사이에 영혼을 천도하는 불교의식이 성행했으며 덩달아 이때 사용된 감로탱화도 많아졌습니다. 감로탱화는 육도중생이 겪어야 하는 업의 굴레에서, 불·보살의 자비가 깃든 감로(甘露)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그린 것인데 이는 육도윤회가 반복 중인 현세의 삶을 불교의식을 통해 구원할 수 있다는 조선시대 불교의 신앙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 감로탱화로 2008년 계명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불화에 대한 연구조차 별로 없던 시절에 감로탱화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그는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의 그림 전반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했다. 이런 연구가 바탕이 되어서 박사 논문을 쓴 뒤 이들 3국의 회화역사를 엮은 책(한국미술특강, 중국회화특강, 일본회화특강)을 2012년부터 2년마다 발간하기도 했다. 이번 책은 10년 동안 감로탱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거쳐 완성된 것이며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감로탱화에 나타난 조선시대 회화를 풍속화와 민화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내용까지 넣었다.

“감로탱화는 불화이지만 조선시대에 성행했던 풍속화, 민화, 인물화, 산수화 등을 모두 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감로탱화 속 풍속화와 민화의 특징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집중적으로 추가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인생을 어떻게 살까에 대해 고민한다. 이것이 죽음은 물론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조상을 잘 모시는 의식 등도 거행했다. 그중 가장 많이 지내는 의식이 천도재이고 사찰에서도 천도재를 지냈다. 감로탱화는 이때 사용했던 그림이기 때문에 후손이 망자를 극락세계로 천도하고 후손의 복덕까지 기원하는 불화이다.

“그래서 감로탱화에는 죽음과 극락세계로 인도되는 삶의 여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집니다. 저는 감로탱화를 보면 아주 좋은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 펴낸 ‘조선시대 감로탱화’에는 이 같은 감로탱화가 나오기까지의 과정, 감로탱화가 가지는 의미 등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줍니다. 현재 한국의 감로탱화는 66점이 발견되어 있습니다. 이 감로탱화를 책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