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선거문화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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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8   |  발행일 2018-05-18 제23면   |  수정 2018-05-18

가정의 달 5월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출퇴근 길에서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바야흐로 선거 날이 다가왔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예부터 어느 선거를 막론하고 2등을 목표로 출마하는 후보자는 아무도 없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방선거에서 단 한 표 차이로 당선 또는 낙선이 엇갈리더라도 그들 사이 4년간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당선자는 천당행 티켓을, 낙선자는 지옥행 티켓을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본격 선거운동을 앞두고 시끄러운 선거 로고송과 아줌마 부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구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 고맙고 감사한 얘기다. 6월 지방선거 구미시의원 나선거구(형곡·송정·원평·지산동)에 출마하는 여·야·무소속 예비후보들이 조용한 정책선거에 합의했다. 이곳 선거구에 등록한 5명의 예비후보는 유세차·로고송·율동이 없는 3무(無)를 바탕으로 차분한 정책 선거운동에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선거차량 운용 중단 △아침시간 거리 선거운동은 5월31일부터 시작 △오후시간 거리 선거운동은 5월16일부터 자율 시행 △선거운동 기간 중 거리 인사 장소는 후보자들의 조율로 결정 등 4개항에 합의했다. 예비후보는 유세차량 운행 중단으로 후보당 최소 1천200만원씩 총 6천만원가량의 선거비용을 절약하게 됐다. 유세차량이 없으면 확성기를 이용한 로고송을 틀 수가 없어 정책 대결 선거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똑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단체로 몰려다니는 세력 과시로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는 일도 없게 됐다. 3~4교대 근무를 마치고 새벽녘에 잠이 든 기업체 근로자들에게도 소음 피해를 주지 않게 된 것이다.

과거 선거에서 유세차량의 소음 피해와 관련된 통계도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2016년 4월 선거에서 전국의 유세 소음 관련 신고는 하루 평균 535건이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하루 211건의 2.5배에 이른다. 시끄러운 선거문화가 사라진다 해도 우리 지역의 4년을 책임질 인물을 뽑는 지방선거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새로운 선거문화를 꽃피우려면 모두가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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